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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Nov 18. 2022

수단이 점점 과격해지는 이유

지난 10월 중순 영국의 환경단체 활동가 두 명이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반 고흐의 유화 <해바라기>에 토마토 캔 수프를 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활동가들은 접착제로 자신들의 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바로 직전 이렇게 외쳤다. 


"예술이 생명, 음식, 정의보다 소중한가? 당신은 그림 보호를 걱정하는가, 아니면 지구와 사람들 보호를 걱정하는가" 


명화 훼손 퍼포먼스 중인 영국 환경단체 활동가들


이들은 바로 경찰에 체포되었고 반 고흐의 그림은 유리가 끼워져 있어 손상되지 않았다고 한다. 


뉴스를 보고 놀랐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데 그것에다가 토마토 수프를 뿌렸다고? 하지만 그들의 외침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데. 지구가 망하면 예술이고 뭐고 다 물거품이 되겠지.   


어떤 이들에게는 메시지 자체보다 시위 수단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초이앤초이 갤러리의 최선희 대표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예술이 생명, 식량, 정의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예술이야말로 이들을 수호하는 가장 고귀한 가치”라고 쓰며 이들의 시위 방식을 어리석고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예술 작품은 인류의 값진 유산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정말 그림을 망가뜨리려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유리가 끼워져 있다는 것을 알고 토마토 수프를 뿌리지 않았을까? 오히려 예술의 가치를 잘 알았기에 “훼손 퍼포먼스”를 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는 계산 하에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라 짐작한다.  


기후위기, 지구오염 등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각성을 잘 알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라도 같은 말을 여러 번 듣다 보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나 역시 지구를 걱정하면서도 쉽게 잊을 때가 많다. 그렇기에 앞으로 전달될 환경 관련 메시지는 더욱 강력하고 급진적인 수단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래야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고등학생 당시 금요일마다 등교거부를 하고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를 주도했다. “학생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정서에서 보자면 그녀의 방식도 과격하다. 그 덕택에 2019년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김한민 작가는 경향신문의 칼럼에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작품의 경우, 진품 훼손 여부는 일반인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 부유한 미술관, 혹은 탈세를 목적으로 미술품에 투자한 억만장자가 손해 볼 순 있어도 말이다.”라고 언급했다.  


기후와 예술의 중요성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뜨거워지는 지구 위에 동물과 인간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보자면 어떤 것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지는 확실해 보인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점점 과격해지는 시위 수단이 아니라 메시지다.




※ 이 글은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칼럼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힘> 5기 수업에서 2차 과제로 제출했던 칼럼입니다. 수업 중 다룬 칼럼과 연관된 주제로 써야 합니다. 다음 수업에서 강사님의 피드백을 받습니다. 내용을 정리하여 올리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조해 주세요. 


<피드백> 


1)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문이 없고 글의 흐름이 상당히 유연하게 흘러간다. 문단의 꼬리가 다음 문단의 머리가 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2) 다음의 본문에서 "그러나"라는 접속사가 의미에 맞지 않는다. 앞 문장과 뒷 문장이 상반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접속사나 단어로 수정해 보자. 

 

"예술 작품은 인류의 값진 유산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정말 그림을 망가뜨리려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유리가 끼워져 있다는 것을 알고 토마토 수프를 뿌리지 않았을까?"


3) 마지막 부분 즈음에 나온 김한민 작가의 인용문이 앞에서 언급한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 문장보다는 우리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전개하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4) 맨 마지막 문단, 기후와 예술의 중요성은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썼는데 문맥을 보면 단순 비교한 것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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