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쓰기 수업 시간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칼럼으로 익히는 글쓰기의 힘>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몇 주 전 브런치에 소감을 남 긴 적이 있다. 글쓰기 수업이니까 설렘은 당연한 것이고 앞으로 내 글이 어땠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쓰면서.
대단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생각의 흐름을 살짝 바꾸어주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대단한 장면을 떠올렸던 것도 같다. 1920년대의 앞서간 페미니스트 나혜석 같이 여성의 지위와 관련된 과감한 주장을 올려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 같은. 혹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에서 에밀 졸라가 썼던 글처럼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의 진범을 밝혀내어 상황을 단숨에 바꾸어내는 그런 글을 말이다.
세 번째 수업 시간 나의 글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 생각이 글 한 편 읽는다고 쉽게 바뀌진 않습니다."
그러니 쓰는 사람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게 쓰기만 해도 괜찮다고. 내가 글을 쓴 의도와 독자가 그걸 읽고 느낀 의도 간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이 실력을 쌓는 일이라고. 그날은 감성으로 쓰는 칼럼의 힘을 배우는 날이었는데 수업보다 시작 전 말씀하신 이 내용이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내 말은 그게 아니고."
"그런 뜻으로 쓴 게 아니라니까?"
이런 변명을 하지 않도록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가장 알맞은 단어를 찾고, 문장 배열을 가다듬고, 적절한 예시를 들어주고, 나와 다른 남의 입장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일. 나의 글쓰기가 어디로 가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깨닫는 수업이었다.
함부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타인의 생각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