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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Nov 30. 2022

언어 파괴를 걱정 안 하는 이유

ㅁㅊㄷ ㅁㅊㅇ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 "미쳤다 미쳤어."의 초성만 따온 것이다. 임홍택 님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다가 배웠다. 젊은 애들은 이렇게 쓴다고. 


어원을 찾아보니 2010년에 생긴 단어라는 것에 더 놀라고 말았다. 아이고 어르신, 벌써 10살이 넘으신 것을 알아 뵙지 못했습니다 그려! 2019년에는 한 가수가 노래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아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다들 그러신 거죠?! 정녕?) 


나도 한때는 "떡쫄라라"를 외치던 고등학생이었다. 조금 더 커서는 "방가방가", "대박"을 넘어  "뷁, 뙇, 헐" 등을 자유자재로 썼으나 마흔이 넘고 보니 이해는 둘째치고 어떤 단어가 새로 생긴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을 떠도는 "신조어, 어디까지 알고 있니?" 같은 테스트를 한 뒤에야 한두 개 기억에 남겨 놓을까 말까 한다. 


언어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그렇게 망가뜨려서 되겠냐, 하는 것인데 그런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언어는 생명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 밖으로 뛰쳐나온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게 언어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의사소통을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말을 줄이는 일은 어쩌면 본능에 가깝지 않을까? 이왕 하는 말 재미있게, 경제적으로 하겠다는 걸 무슨 수로 막을까. 끊임없이 새 말이 생기고 없어짐을 반복하면서 언어는 변신해 나간다.  


올여름 한국에 갔다가 중학생 조카들에게 "어쩔티비"라는 말을 배웠다. 우리 집 딸은 그 말은 냉큼 주워듣고는 영국에 온 뒤로도 종종 쓴다. 한국어 어휘가 부족한 딸이 갑자기 어쩔티비? 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마다 웃겨 죽겠다. 뉘앙스는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이자 초등 교사인 개짱이 님의 글에서 요즘 초등학생들은 어쩔티비도 진화시켜 바꾸어 사용한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어쩔을 저쩔로, 티비 대신 각종 가전제품을 갖다 붙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어쩔냉장고, 저쩔세탁기. 거기에 가전제품이 구체화되어 끝내는 "어쩔 엘지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 저쩔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키친핏"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쯤 되면 신조어 만들기는 이들만의 놀이 문화에 가깝다. 학원 뺑뺑이 돌고 공부하느라 지친 스트레스를 푸는 데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싶다. 게다가 이걸 들은 어른들은 대개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이 얼마나 짜릿한가! 어른들은 못 알아듣는 자기들만의 언어! (이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어린이들이 만들어 놓은 새 단어를 알아듣지 못할 것이므로 기성세대들이여, 너무 슬퍼하지 말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새로 생긴 단어가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비하하는 말은 아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맘충, 한남충처럼 사람을 벌레에 비유하면 안 될 일이다. 최근 브런치의 마마뮤 작가님의 글 덕분에 알게 된 "개근 거지"라는 말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체험학습을 명분 삼아 학교를 빠지고 놀러 다니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놀러 갈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런 말은 언어 파괴가 아니라 언어폭력이다. 어른들의 지도가 필요하다.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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