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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뮤 Dec 05. 2022

꼭 하고 싶은 이별

2022년이 시작했나 했더니 어느덧 12월에 들어섰다. 한 해가 어쩜 이렇게 빨리 서둘러 가버리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지 따라가기가 숨이 차다.

그렇게 숨 돌릴 새도 없이 열심히 앞만 보고 온 것 같은데, 뒤돌아 보니 딱히 뭔가 대단한 걸 이루었단 생각도 안 들어서 마음이 풍선 바람 빠지듯 푸시식 내려앉는다.

앞뒤 잴 것 없이 그저 12월이 다가오면 들썩이는 연말 분위기에 좋기만 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러기엔 이제 정말 인생의 무게가 묵직하고 가는 세월에 눈꼬리가 아래로 향한다.


아닐 말로 인생 살며 꼭 뭔가를 이루며 살아야 할까? 잠시 머리 흔들어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예상치 못한 불상사와 사고가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수 있는 이 험난한 세상살이에 내가 오늘날까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어쨌든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 속에 해야 할 일들을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나는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내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살고 있고 공감하며 교할 수 있는 동지들이 있으면 나는 충분히 인간으로서 필요한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한 해가 넘어간다는 섭섭함에 나름 이렇게 변명을 늘어놔본다. 늘 내 주제보다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 하릴없는 욕심 탓에 스스로에게 만족을 잘 느끼지 못함으로 쓸데없이 빚어내는 마음의 결핍이지만, 변명이라 써두고 다시금 새겨보면 실상 별일 없이 매일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지금까지 잘 지낸 것에 그저 감사할 수밖에..




바로 다음 달이면 내년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듯 새로운 한 해를 만나면 보내는 2022년과 함께 이별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완벽주의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깨달은 것은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었다. 절대 완벽할 수 없는데 언제나 그보다 '더 나은' 상황을 생각하기에 섣불리 시작도 어렵고 늘 만족을 몰랐다. 그게 얼마나 멘털에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 가는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열심히 달리고 지치고의 무한 루프였다. 그러나, 나 외의 또 다른 생명체를 돌보기 시작하자 모든 것에 있어 '어설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이제는 나 스스로에게서 인간다움을 느낀다. 어쨌든 타고난 성향이란 게 있으니 단번에 버리지 못해 아직도 욕심이 좀 많은 것 같지만 이제는 좀 내려놓고 조금은 허술해도 한 발짝 내디뎌보는 내가 되고 싶다.


두 번째는 엄격한 자기 검열과 이별하고 싶다.

항상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안겨주기는 커녕 자꾸만 기를 죽인다. 뭘 해도 부족하다 느끼고 뭔가 더 잘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앞으로는 그저 내가 하는 모든 것들에 만족하고 싶다. 물론 사람이 항상 만족만 한다면 더는 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 안주하면 안 되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만큼의 내 모습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하늘을 찌르도록 자신감을 충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게으름과 영영 이별하고 싶다. 사실 이것 역시 나의 타고난 성향 때문이라는 걸 최근 에니어그램 스터디에 참여하며 알게 됐다. 나는 6번의 유형으로 기본적으로 '불안'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 불안을 기피하기 위해 늘 열심히 & 미리 준비하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끝난 후엔 몸이 본능적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든 것으로부터 스위치를 꺼버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그야말로 세상 게으른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데, 사실 그 기간 동안 마음은 늘 불편한 상태에 있다. 몸은 강제적으로 스위치를 꺼버리는지 몰라도, 마음은 거기에 협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한 가지다. 스스로에게 좀 느슨해지면 된다. 기준을 낮추고 내가 하는 모든 것들에 관대한 시선을 가지며, 무엇을 하든 폭주하지 않는 것이다. 에너지를 한 번에 쏟아 넣지 않고 균등하게 적당한 수준에서 사용하여 기를 쓰고 달려가다 완전히 멈춰서는 일을 그만 하자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도 빠르게 앞서가던 토끼가 나무 그늘 아래 완전히 멈춰 서서 낮잠을 자는 바람에, 느리지만 그저 꾸준히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가던 거북이가 결국 결승선을 먼저 밟은 게 아니던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주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묵묵히 걸어가는 일이 결코 맘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건 언젠가는 결승선에 다다른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꼭 기억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는 욕심기분 좋은 이별을 하고 싶다. 지금 이대로의 나도 괜찮다며 스스로에게 격려를 보내 한 해를 맞이고 싶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이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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