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껏 설레는 가슴을 안고 온 손님들을 공항에서, 기차역에서, 때로는 알람브라 궁 앞에서 마주하기 전까지 저 역시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긴장감은 감출 수 없지만, 그 긴장감은 다름 아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설렘의 또 다른 면이기에 기분 좋게 기다리며 감당할 수 있지요.
해외여행 자체를 처음 나왔다는 분부터 스페인에만 벌써 세 번 와 본다는 분까지. 어린 학생부터 팔십을 눈앞에 둔 희수의 어르신까지, 그리고 세상 모든 직업의 엑스포라 할 정도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납니다,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 중에 또는 입장 전 대기하는 시간에 손님의 이야기는 저마다 책 한 권도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누구 하나 똑같은 삶이 없는스토리텔링이 녹아 있습니다.
짧으면 사나흘, 길면 열흘 남짓 하는 시간에 같이 걷고, 보고, 먹고, 자는 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갑니다. 1일차, 2일차 당시 힘들던 시차도 점차 적응해 가며 서로에게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어김없이 다시 인사를 드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사람을 좋아하기에 헤어지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헤어지는 걸 잘해야 합니다. 어떤 손님을 대하든 간에 인사드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처음에 설레었던 마음, 그 긴장감의 끈을 놓치지 않고 되찾아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코끝이 시큰거리는 걸 덜 해요. 민망할 정도로 팽팽 소리를 내며 휴지 푸는 걸 자제하고요.
가이드 업을 시작했던 초기에는 왜 그리 울컥하고 올라왔는지 몰랐습니다. 남성 분과는 악수도 힘차게 하고, 여성 손님과는 스페인식 포옹과 양 볼에 대며 소리만 내는 dos besos 도스 베소스 (볼 키스)로 웃으며 인사드렸는데 말이지요. 시간이 지나고야 알았습니다. 그분들은 떠나고 저는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어렸을 적 방학과 명절 때면 시골에 갈 때마다 할머니는 "어이구 내 강아지들, 내 새끼들" 하며 반겨주시고, 지내는 시간 내내 뭐라도 손주들 손에 쥐어주시다가, 아버지 차에 먹을 걸 그득그득 실어 서울로 올라갈 때면, 늘 손을 흔들며 눈가를 찍어내시던 할머니의 마음.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합니다.
제가 전하는 사랑 덕에 당신은 더 행복해질 겁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인들의 성지, 몬세랏에서 바라본 풍광 위에 마더 테레사의 글을 하나씩 타이핑하며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어딘가로 가려면 있던 곳을 떠나야만 성립합니다. 나를 만나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건 꼭 부모가 되어 자식을 낳아야만 가능한 게 아닐 것이고요.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는 저에게 이 보다 더 큰 울림이 없다 생각합니다.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올 한 해였고, 지난 수 년의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더 진솔하고 깊은 위로와 어루만짐의 말이 온오프라인을 덮었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며 우리는 이 한해를 또 떠나보낼 겁니다. 무엇을 전해주고 무엇을 남기고 갈까요. 이별을 앞두고 바라는 건 그저 이 하나 뿐입니다. 저를 만난 당신이 더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 이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