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다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글음 Feb 14. 2023

글 쓰는 나는 어느 배를 몰고 있을까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나는 되게 감상적인 사람이라 책을 읽으며 자주 눈시울을 붉힌다. 대놓고 꺼이꺼이 통곡하는 경우도 흔한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촉촉한 것이 눈 속에 맺히거나 가슴 깊은 속에서 말캉한 것이 울컥하고 올라올 때가 많다. 감동도 잘하고 흥분도 잘하고 무엇보다 공감도 잘하고 깨닫기도 잘한다.   


그렇다고 해도 “책을 쓰자는 책”을 읽다가 이런 종류의 울컥한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이야.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은 후의 일이다.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찾아보다가 온라인 서점 아래쪽에 함께 소개하길래 우연히 읽었다.  


제목 그대로 책 쓰기를 독려하고 있으니 완독하고 나면 ‘책 쓰고 싶군!’ 이런 결심이 절로 샘솟는다. 그런데 그동안 읽어온 책 쓰기 류의 책과는 결이 다르다. 다른 것들이 실용서적에 가까웠다면 이 책은 책 쓰기의 실전을 다루면서도 글과 책에 얽힌 작가의 삶과 생각이 1등급 한우의 마블링처럼 잘 어우러지면서 에세이처럼 다가왔다.   


<한국이 싫어서>와 <표백> 등의 작품으로 작가를 알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작가의 팬이 되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흐르는 작가의 생각과 문체,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 등 모든 것이 좋았기에 단숨에 빠져들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것 보세요.
제가 책을 썼더니
저의 매력에 빠져드셨잖아요?
그게 바로 여러분이
책을 써야 할 이유입니다.

 


특히 부록 6번 (맨 마지막 글)에서 글 쓰는 작가들의 모습을 바다와 배에 비유한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체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뻔했다. (진짜 흘리지는 않았음. ^^)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즉 쓰는 글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어떤 작가는 군함을 타고 어떤 작가는 여객선 혹은 화물선, 크루즈 등 몰아야 할 배가 다양할 것이라 말한다. 나는 과연 어떤 배를 타고 있을까. 어떤 배 위에 있나. 바다 위에 있기는 한 거겠지? 여객선과 군함을 번갈아 가면서 몰고 싶은데. 갈 길이 멀다.  


----------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가 다 같이 바다에 빠져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다. 진짜 바다와 글자의 바다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이것이다. 글자의 바다는 절망의 바다다. 이 바다는 가도가도 끝이 없다. 우리에게는 최종 도착지가 없다. 


"그러나 독선이 없었더라면 글을 쓰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쓰더라도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금세 무너져버렸을 것이다. 쉽게 세상과 화해했을 것이다. 세상과 끝내 화해하지 못하는 자들만이 글 따위에 매달리게 된다." 


- 책 한번 써 봅시다, 장강명 - 


----------


독선적인 글을 쓰면 안 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어루만지는 글을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해 오던 차에 발견한 이 문구에서 좀 더 독선적이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읽는 이들이 반응이 여전히 신경 쓰이지만 이제는 좀더 용기를 내야할 시간이다. 정말, 책 (또) 한번 써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양말존을 아십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