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하우스 - 김경래
<삼성동 하우스> 이 소설을 읽고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신종 저널리즘이 나타났다!"
요즘 트렌드에 발맞추어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되 재벌가 뒷면에 숨은 추악한 모습을 독자들 앞에 낱낱이 파헤쳐 보이는 소설 저널리즘. 작가는 책머리에 "이 소설은 당연히 소설이다."라고 써놨다. 그게 의미심장하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는 우리나라 최고 재벌 권력자의 성매매 의혹을 담은 동영상 유포 사건은 몇 해 전 진짜 있었던 일이다. (삼성 이건희 동영상)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뉴스타파의 기자가 기자를 그만두고 이 소설을 썼다. 그러다 보니 읽는 내내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하는 궁금증이 샘솟는다. 어느 부분에서는 차라리 모든 게 꾸며낸 이야기였으면 싶기도 하다. 그러나 소설 전체에 흐르는 작가의 유머감각과 위트 있는 대사들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흐름의 물결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덕에 여러 차례 웃음을 터트려가며 읽어 나갔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소설에는 재벌의 동영상 관련 취재를 하는 기자 이동해가 나온다. 오랜 취재 끝에 보도하기 직전, 이걸 왜 보도하려고 하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동해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비판하는 건 이미 하나의 비즈니스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가 됐다면 그 비즈니스를 잘해야죠. 멋지게. 프로페셔널하게. 우리 언론은 지금 경제권력의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라 경제 권력의 하청업체에 불과합니다.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비스를 하는 거죠. 그게 쪽팔립니다. 이 보도가 나가지 못하면 더 쪽팔리겠죠."
이동해 기자의 입을 빌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보도 후 유튜브 조회수는 1,000만 회를 넘었으나 주요 매체에서 다뤄지지 않은 사건이었다고 한다. 전직 언론인으로서 쪽팔림을 알았기에 그는 독자들을 다시 그 사건, 그 시간으로 데려간 것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설이라고 못 박았지만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는 용기와 각오가 필요했을 게 분명하다. 작가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쓸데없는 뒷 이야기>
나: 여보, 이 책 예스 24에 없는 거 있지.
남편: (눈썹을 가운데로 모으며) 헉! 삼성이 막았나 보다!
나: 아니, 책 제목이 <삼성동 하우스>인데 내가 <삼성동 이야기>로 검색했더라고.
* 김경래 작가님, 다음 작품 쓰고 계시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