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슴슴한 드라마를 보았다. 과장도 없고, 막장도 없고, 경쟁도 없으며, 로맨스도 없는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 동네 조그마한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을 잔잔하게 펼쳐 보이는 드라마다. 근데 너무 좋았다. “재밌다”가 아니라 너~무 “좋았다”. 향이 깊고 그윽한 커피 한 잔을 마신 느낌이다. 여운이 짙게 남는다.
이 드라마는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같기도 하다. 알고 보니 허영만 님의 만화가 원작이다. 배우들이 드라마를 찍은 건지 진짜 그 삶을 살아내는 건지 모를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러워 내 주변의 선후배, 친구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특히 박호산 님의 연기에 홀딱 반해 버렸네.
맛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도 저렇게 많은 변수가 있고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몰랐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정말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다음날 우리 집에 있는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다보다가 머그잔 말고 사기잔을 가져왔다. 커피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이내 고개를 젓고 피식, 한번 웃은 뒤 그냥 버튼 눌러 내려 마셨다.
전체 12회, 한 편당 25분 남짓이다. 하루에 몰아보기 딱 좋다. 봄이 끝나기 전에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