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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글음 Jun 02. 2023

유치 뽕짝
중학생 때 쓴 로맨스 소설 <추억>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지난 글에서 읍소에 가까운 요청을 드렸는데 친히 댓글을 달아주신 9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그분들로 인하여 어이가 두 뺨을 따닥따닥 때리는, 본인이 중학교 때 쓴 시시껄렁한 로맨스 소설을 고급진 브런치에 발표하게 되어 무척 영광스럽다. 훗날 쪽팔림은 온전히 작가의 몫. 독자는 읽으며 혀나 차시면 될 일. 소설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제목: 추억

작품발표 시기: 1989년 (그때 나이 중2)

주인공: 귀염둥이 여학생 + 완전 멋진 남학생 (당시 생각) / 상 모지리 + 미친놈 (지금 생각) 

특징: 전개는 빠르나 사건의 개연성이 떨어짐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자. 






우리의 만남은 OO고등학교에서였다.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었다. 그 애는 우리 학교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기고 또 조금 건방진 태도가 여학생들의 맘에 들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조금 일찍 등교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어떤 애가 발을 걸어서 내가 앞으로 발랑 넘어질 뻔했는데 발을 건 애가 잡아 주었다. 나는 화가 나서 


"야! 왜 그래! 병 주고 약 주고......"


하고 보니 바로 그 애였다. 난 그때 그 애가 싫었다. 


"네가 맘에 들어서 그랬을 뿐이야, 그렇게 화까지 낼 건 없잖아?"


팔짱을 끼고 서있는 그 애는 아주 뻔뻔한 얼굴을 빳빳이 들고 있었다. 


'아, 재수 없다.'


나는 그냥 가버렸다. 그 애와 함께 있는 것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나는 맞아 죽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날은 재수 없는 하루였다. 그날 집으로 가는데 우리 집 골목에서 그 애가 기다리고 있었다. 난 무서웠다. 혹시 알아? 뒤에서 껴안을지도. 하지만 그 애는 쪽지만을 전해주고 갔다. 그리고 아주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쪽지에는 


"너와 사귀고 싶어. 거절하진 않겠지?"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쁜 자식. 지가 인기가 많으면 다야? 아침엔 그렇게 사람을 놀려놓고......"


나는 고민이 되었다. 엄마한테 말도 못 하고. 말했다간 맞아 죽을 지도. 어쨌든 난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날 아침 나는 뚝 잘라 말해버렸다. 


"지금부터 사귄다고 되니? 우리에게는 입시라는 새로운 문이 있는데. 우리 대학이라도 들어가서 만나면 돼!"


나는 톡 쏘아붙이고 자신 있게 왔다. 그런데 그 애가 달려와 내 팔을 붙잡았다. 


"언젠가는 너를 꼭 내 것으로 만들 거야."


그리고는 막 가버렸다. 나는 너무 놀랍고 어리둥절해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뒤에 그 애가 보일락 말락 할 때쯤 나는 뒤에다 소리쳤다. 


"야! 이 미친놈아!"


울고 싶었다. 그날 하루는 조금도 공부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 애 생각뿐이었다. 


"바보, 미친 자식, 감히 내가 누군데......"


하지만 그것도 겨우 며칠뿐. 나는 입시준비에 바빴다. 공부를 꽤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나는 당당히 OO대학에 들어갔다. 그 심한 경쟁을 뚫고 말이다. 학교생활은 무척 재미있었고 난 학점도 잘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난 그 애를 보았다. 여자애들에게 삥 둘러싸여 있던 그 애. 옛날에 그 애가 나한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언젠가는 너를 꼭 내 것으로 만들 거야'


꼴값하고 있네. 그 순간 그 애가 나를 보았다. 그리고는 모두를 뿌리치고 나에게로 왔다. 


"안녕? 오래간만이군! 우리 인연이 꽤 깊네? 학교가 또 같다니."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직도 건방져.'


"오늘 시간 많니? 아니 없어도 할 수 없아. 자 타!"

   

"뭐야? 사람을 강제로 태우고. 나 시간 있어. 내가 탈래."


그의 차는 멋졌다. 최소한 내가 본 적 중에서는......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멋진 강이 있는 곳이었다. 거기에는 보트 한 척이 있었다. 그 보트에 우리 둘이 탔다. 그는 노를 저였다. 꽤 잘 저었지만 어쩌다가 한 번은 꼭 배가 뒤집어질 것 같았다. 강의 중간쯤 왔을 때 그는 노젓기를 멈추었다. 그리고는 또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눈빛이 싫었다. 이번에는 내가 저었다. 힘이 들었다. 그땐 막 노을이 지고 있었는데 참 멋있었다. 강은 반짝이고 있었다. 나와 그는 일어섰다. 약간의 바람이 불고 붉은 태양이 사라지려 할 때 두 남녀의 만남.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여기부터 시작된 것이고 사랑이란 한 단어는 우리들의 가슴을 이어주었다.





그 후 그는 언제나 나를 데려다주었다. 아직도 건방지긴 하지만 옛날보다는 훨씬 괜찮아졌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어느 날 학교 뒷동산에 앉았는데 그가 그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난 사생이야. 놀랬지? 우리 진짜 엄마는 돈에 눈이 어두웠고 그 상대로 아버지를 만난 거야. 그 사이에서 생긴 애가 바로 나야. 지금은 아버지의 본처와 같이 살지만 그 집 식구들은 모두 싫어. 나에게 잘해주지도 않아. 본처 자식들 중에도 나와 동갑인 애가 있는데 난 열등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부고 체육이고 열심이었어. 그 결과 나는 공부를 잘하게 되었어. 그리고 너를 보는 순간부터 난 너만을 꿈꿔왔어. 우리 진짜 엄만 밤무대 무명가수였어. 내가 중3 때 그 추운 겨울날 엄마를 찾아갔었지만 그녀는 나를 반갑게 받아주질 않았어. 내가 거기 갔다는 걸 아버지가 알면 안 되기 때문이야. 하지만 돈이 다 뭐야!! 명예가 다 뭐야?"


그는 흥분했었다. 


"진정해. 카페에라도 가자."


나는 그를 끌고 갔다. 나는 그때 그 애 대해 처음 알았다. 놀라웠다. 나는 그런 그의 일에 대해 안 후로 더욱 마음에 끌리게 되었다. 보통 때는 밝게만 보이던 그 애가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에게 해주어서 기뻤다. 그 후 우리의 사랑은 가을의 열매처럼 무르익었다. 




학교에 갔었다. 근데 그 애가 다른 여자애와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보였다.) 난 슬그머니 화가 났다. 그때 나는 느꼈다. 내가 그를 진정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어쨌든 난 무남독녀라서 잘 빠지는데 그 애가 내 앞에서 다른 여자와 걸어가고 있으니 정말 한마디로 열이 뻗쳤다. 나는 그 애가 나밖에 없다고 하더니 그게 아니었구나 싶어 슬퍼지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했다. 나는 결심했다. 그와는 만나지 않기로...... 몇 시간 뒤 그 애가 우리 학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난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가 쫓아왔다. 


"야 , 왜 그래?" 


"그걸 몰라서 물어? 그 여자애 하고나 잘해보시지 그래? 이젠 너 같은 애 하고 같이 안 다니기로 했어."


"그게 아니야!" 


뒤에선 그가 계속 쫓아왔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곧 나는 달려갔다. 뒤에선 계속 그가 날 부르고 있었다. 그날은 친구네 들렸다가 집으로 왔다. 엄마 얘기로는 그 애한테서 전화가 많이 왔었다고 한다. 그날밤은 참 침침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나와 그의 사이는 멀어지기만 했다. 


겨울이 되었다. 그러던 크리스 이브날 아침, 소포가 하나 왔다. 그 애가 보낸 것이었다. 뜯어보고 싶지 도 않았지만 어쨌든 뜯어보았다. 거기엔 편지 한 통과 시집 2권이 있었다. 나는 편지를 읽어본 다음에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자기를 진짜 좋아하는지 떠보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맞춰 내 앞에서 그랬던 것이었다. 그리곤 미안하다고 했다. 진짠지 거짓말인지 몰라도 그 애를 믿고 싶었다. 나는 전화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만났다. 학교 앞 조용한 카페에서. 벌써 눈이 내려 수북이 쌓였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워..... 근데 난 혼자 이 겨울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해서 걱정도 했어. 넌 정말 대단해. 그렇게 나의 사랑을 못 믿는 거야?"


"아니야, 그냥, 그냥이었어. 그리고 걱정 마. 내가 이 추운 겨울에서 너를 지켜주겠어."


우리는 걸었다. 나는 어느새 그의 품속에 있었다. 그때 우리들은 결혼을 약속했다. 그날 나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그 얘기를 했다. 근데 엄마는 펄펄 뛰며 반대를 했다. 


"사생아? 너 도대체 사생아가 뭐지나 알아? 내 참, 기가 막혀서......"


"왜 그래 엄만? 서로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하나밖에 없는 딸 고생시킬 순 없어. 마침 혼사가 들어왔단다. 내일 선보러 가자."


"싫어, 나 그 사람 아니면 죽어버릴 거야."


그러곤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밖에서는 계속 엄마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날밤 난 그를 만나서 그 얘기를 했더니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관두는 게 좋아, 난 그런 반대에서 무릅쓰고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왜 이렇게 약해졌어? 말도 안 돼. 그만두라니."


난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은 끝이 없었다. 우리는 길을 걸었다. 그는 완고하게 말했다. 


"난 너의 신랑자격이 없어. 부디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아줘."


"그렇지 않아. 우린 서로 사랑하잖아!"


우린 서로 껴안았고 서로 부드럽고도 진한 첫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계속 서로 껴안고 있었다. 난 계속계속 눈물이 흐르고 그는 무정했다. 그는 계속 우리의 결혼에 대해 반대했다.

 

"날 진정 사랑했으면 그러진 않았을 거야. 이 바보야!"


난 뒤도 안 보고 뛰었다. 한참 가다 보니 포장마차가 있었다. 난 소주 한 병을 그냥 병째로 마셨다. 


"날 사랑하지 않았어, 흑흑"


며칠 후 다시 전화해 보았다. 근데 그 애가 어제 영국으로 갔다고 했다. 이젠 안 온다고 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길로 짐을 챙겨 엄마의 통장을 가지고 나왔다. 나도 영국으로 가보려고 생각했었다. 그땐 어리석었다. 난 공항에서 쭈그리고 앉아 울고만 있었다. 어떻게 아셨는지 아빠가 날 데리러 오셨다. 차 안에서 아빠가 말씀하셨다. 


"얘야, 사랑은 꼭 결혼으로 되는 것은 아니란다. 네가 당장은 슬프겠지만 조금 지나 봐. 그 애는 네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테니." 



(끝) 



덧붙임1: 궁금하다. 아빠는 정말 딸이 공항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덧붙임2: 궁금하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이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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