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빠지는 털 이야기
우리 집과 우리 차, 온 천지를 떠도는 이 많은 개털은 다 어디서 왔을까? 어디서 왔긴. 우리 개 꼬댕이에게서 왔지.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빠져도 너무 많이 빠지는 털 탓에 이런 푸념 섞인 질문을 해본다.
동물을 키우기 전 가장 무서웠던 부분이 바로 '털'이었다. 젝러셀 테리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8주까지 기다리는 동안 같은 견종을 키우는 이웃들에게 경험담을 물었더니 모두가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대답했다.
"털? 겁나게 빠지지. 상상을 초월해."
도대체 얼마나 빠지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털도 짧은 애들이 빠져봤자지 싶었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 털이 길고 컬이 져 있으면 오히려 잘 안 빠진다는 걸 개 공부를 하며 알게 되었다. 꼬댕이는 단모라 쑥쑥 빠졌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 털갈이하는 계절이 오면 내가 손으로 잡아 빼도 스무 가닥 정도가 한꺼번에 미끄러져 나온다. 꼬댕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온 가족이 털 빼는 재미(?)에 들려 꼬댕이 꼬리털을 한 움큼씩 뽑아댄 적도 있다. 어차피 빠질 털이니 우리가 도와준다는 입장이었으나 꼬리 한가운데만 엉성해진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털 뽑기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렇게 빠진 털은 양말과 옷 (특히 검은 옷!) 등에 붙어 존재감을 드러냈고 무게가 가벼워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훨훨 날아다녔다. 주방으로도 이동하여 가스레인지에서 끓고 있는 김치찌개 속에서 발견된 적도 있다. 모르긴 몰라도 가족 당 몇십 가닥 씩은 먹었을지 모른다.
몸무게가 5kg가 되는 개는 약 70만 개, 10kg 정도의 개는 약 100만 개의 털이 있다고 한다. 꼬댕이는 그 중간이니까 대충 80-90만 개의 털이 있을 것이다. 작은 몸집에 그 많은 털을 다 달고 다니면서 털갈이도 해야 하니 부지런히 빼줘야 할 테다.
그런데 초반의 걱정과는 다르게 털 빠지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딸들 역시 지 방뿐 아니라 거실, 화장실 온 집안에 머리카락을 다 빼놓고 다녀도 아무렇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스테판 게이츠가 쓴 『개 안내서』에 따르면 "우리는 개와 상호 작용할 때 몸속에서는 옥시토신, 베타 엔도르핀, 프로락틴, 그리고 도파민 같은 호르몬과 베타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되며 이 모든 물질들은 애정, 행복감, 그리고 유대감과 연관된다."라고 한다.
사람은 개를 기르면서 생화학적 최고 단계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큰 기쁨을 주는 꼬댕이인데 그깟 털이 대수일 수가 없다. 털이야 치우면 그만.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개새육아>에서 꼬댕이의 파트너인 앵순이는 털이 이렇게 빠지진 않겠지? 앵순이 엄마 흥미진진한 독자 작가님, 다음 글에서 진실을 알려주세요!
* <개새육아>는 주 2회 발행합니다. 같은 주제로 개 이야기와 새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