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소고기쌀을 개발했다는 발표를 2월 15일 자 뉴스 기사로 접했다. 소고기쌀은 쌀이라기보다는 배양육의 한 종류이다. 그렇다면 배양육이란 무엇인가. 고기의 대체육으로서, 줄기세포로 고기를 배양해 만드는 세포공학기술로 만든 살코기다. 이번에 개발된 소고기쌀은 쌀알을 배양육의 지지체로 사용하여 동물의 근육과 지방세포를 배양한 것이다.
맛과 식감은 어떨까. 소기기 쌀로 지은 밥은 근육과 지방 함량의 정도에 따라 소고기나 크림, 버터 등의 냄새가 나며 찰기가 없고 단단하며 잘 부서진다고 한다. 분홍색의 쌀밥이 얼핏 보면 흑미를 넣고 지은 밥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솔직히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어느 날 '배양육'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먹거리의 인위성에 대한 거부반응이었다. 과일도 제철과일이 맛이 좋듯 음식은 자연 그대로의 것을 먹어야 영양도 풍부하고 건강해질 거라 생각했다.
더불어 실험실에서 소의 세포를 가지고 키워 만든 고기가 싼 값에 상용화*되면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은 진짜 고기를 먹고, 없는 사람은 실험실 고기를 먹게 되어 식생활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의 기후위기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개발될 당시 햄버거 패티 한 장 당 5만 달러 (약 6,700만 원) 정도였던 가격이 200g 당 500원 정도까지 떨어진 상태다.)
우리가 고기를 즐기면 즐길수록 농장에서 키워지는 소는 늘어날 것이다. 그게 문제다. 소는 자라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이 필요(소고기 1kg 당 4만 리터)할 뿐 아니라 반추위 기관이 있어서 트림을 할 때마 메탄을 내보내는데, 이것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심각한 온실가스가 되기 때문이다.
소를 키우는 것은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오래전부터 지목돼 왔다. 저널리스트이자 환경 활동가인 미국의 조지 몬비오트(George Monbiot)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라는 다큐에서 지구상의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축산업을 지목했다. 운송업이 14%인데 반해 축산업은 두 배도 넘는 31%가량 된다고.
고기를 안 먹으면 된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육류를 먹는 횟수를 줄이려 노력하지만 아직 아예 끊을 결심은 못했다. 센 불로 겉만 빠르게 익힌 스테이크를 칼로 썰었을 때 촤르르 육즙이 흐르는 살점을 입에 넣고 그와 함께 곁들이는 와인 한 잔의 기쁨을 포기할 용기가 아직 없다.
그런 상황에서 배양육 개발은 우리 모두에게 닥친 기후위기의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하니 비행기 등을 타지 말라고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 제로웨이스트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한다.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메탄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이 점이 기후위기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을 줄일 수 있는 지점이다. 다 바꾸자는 건 아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 중 일부라도 배양육으로 대체하면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속도를 지금보다는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소고기쌀이 본격적으로 시판이 되려면 식감도 개선해야 하고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줄여야 하는 과제가 남은 상태다.
그래서 소고기쌀을 기대하는 마음은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다. 붉은색 고기를 많이 먹는 건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하며 건강에도 안 좋다고 하니 육류 소비를 더 줄일 계획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