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 습성은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다른 집사들의 글을 읽다가 사람처럼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개나 고양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집 반려견 꼬댕이는 TV는 즐기지 않는다. 거울을 보여줘도 그 안에 비친 동물의 모습에 관심이 없다. 일단 미디어 중독이나 나르시시즘에는 (아직) 빠지지 않은 것으로!
'꼬댕이가 혹시 사람은 아닐까?' 하고 생각할 때는 베개 베고 자는 모습을 볼 때다. 내 무릎에 올라와 잘 때도 나의 팔이나 허벅지 한쪽을 받치고 자는 편인데 혼자 잘 때 역시 종종 머리 아래에 푹신한 무언가를 깔고 잔다. 마치 잠자리가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걸 안다는 듯이. 먼저 꼬댕이의 자는 모습을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자.
꼬댕이는 8주 때 어미 아비와 떨어져 내 품으로 왔다. 견생 5년 차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것이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반려견도 결국 같이 사는 변려인을 보고 배웠기에 베개를 베고 자는 것일까?
어느 블로그에서는 개가 사람과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 비슷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반려인을 믿고 인정하기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더 정확한 답은 책에서 찾았다.
개통령인 강형욱 훈련사 님이 쓰신 <내 강아지 마음 상담소>라는 책에 따르면 개들은 잠잘 때 자기 몸 전체를 완벽하게 숨기는 것보다는 몸은 어느 정도 숨긴 상태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있는 자세를 좋아한다고 한다. 몸을 완벽하게 감추면 누군가가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지 살피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개 정도는 왔다 갔다 움직일 수 있게 머리를 어딘가에 살짝 기댄 채 빼꼼히 내밀고 있는 모습을 좋아한다는게 강형욱 님의 설명이었다. 한마디로 잠이 든 순간에도 방어태세를 갖추기 위한 자세라 이해할 수 있다. 사람 같다고 생각했던 습성이 오히려 동물 본능이 드러난 거였다는 것을 알고 나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하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워 간다.
* <개새육아>는 주 2회 발행합니다. 같은 주제로 개 이야기와 새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업로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