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 쥐덫을 주문하는 손이 떨렸다. 이걸 사면 내가 쥐를 잡을 수는 있을까? 괜한 시간 낭비에 헛짓하는 게 될까 봐 결제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했다. 단전에서부터 용기를 끌어내어 주문을 했다.
며칠 전 다락에서 긁는 소리가 들렸다. 쥐 같았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아니길 바랐다. 며칠 잠잠했다. 이번엔 딸아이의 방에서 소리가 났다. 새벽녘 고요함을 뚫고 들려오는 사각사각 소리는 태풍처럼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내는 소리는 두려움을 증폭시킨다는 걸 그때 알았다. 딸이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피신을 왔다.
누군가는 새가 들어온 건지도 모른다 했다. 어떤 이는 다람쥐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쥐 같았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어쩔 땐 저벅저벅, 저벅저벅 소리도 났다. 걸어 다니는 모양이었다. 고양이를 키워보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그래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 뻔했다.
우리 집 다락은 수시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자를 놓고 올라가 천장에 있는 뚜껑을 밀어서 연 다음 긴 쇠꼬챙이로 사다리를 내려야 갈 수 있다. 그러니 한번 문을 열려면 최소 5분에서 10분은 걸린다. 그곳은 전깃불도 없다. 이 집에 이사오기 전부터 단열재 같은 공사 자재가 그 안에 있었고 우리가 올려놓은 여분의 짐도 자리를 차지해서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쥐덫이 도착했다. 어릴 때 보았던 <톰과 제리>를 떠올리며 치즈 조각을 덫 안에 넣어 다락에 올려두었다. 몇 시간 만에 쥐가 잡혔다. 벌렁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꺄악 꺄악 내가 호들갑을 떠는 동안 고딩 딸이 덤덤히 올라가 쥐덫을 가지고 내려왔다.
잡고 보니 되게 작았다. 아이들 장난감 실바니안 패밀리에 나오는 쥐 크기였다. 예상과 달리 귀엽기까지 했다. 직접 보자 무서움이 사라졌다. 투명한 플라스틱 덫 안에서 생쥐는 영문도 모른 채 오들오들 나보다 더 떨고 있었다. 이 작은 게 인간 여럿을 떨게 만들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딸들과 나는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엄마 우리 쥐 키우자!
이 에민 너희들 키우는 것도 벅차. 딸들의 말을 간단히 무시하고 쥐덫과 함께 차에 올랐다. 근처 공원에 갔다. 조심히 덫의 문을 열어 쥐를 풀어주었다. 너도 태어난 이유가 있겠지. 험한 세상 잘 살려무나. 돌아오는 길 자꾸 웃음이 났다. 스스로가 늠름해 보였기 때문이다.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았다. 까짓 거 쥐 별거 아닌데? 이제 나는 영국에서 쥐도 잡고 빈대도 잡아본 여자가 되었으니 무엇인들 못할까 싶었던 것이다.
생쥐를 잡는 마음은 무엇이든 해내겠다는 결연한 마음이었다.
2024년 1월부터 여섯 작가가 모여 <일상을 살피는 마음>이라는 매거진에 글을 썼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잠깐 멈춰 세워 나의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적었더랬지요. 의미 없이 지나친 순간도 그러모으면 하루를 사는 비타민 한 줌이 될 거라 믿으면서요.
오늘 부로 <일상을 살피는 마음>은 정식연재가 끝이 납니다. 3개월 동안 70개의 마음이 모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일상을 돌아보며 내 마음을 잡아채 글로 풀어내는 시간이 모두 '행복' 이었다는 걸 마지막 문을 닫으며 깨닫습니다.
함께 글을 썼던 지각쟁이 작가님은 매거진을 마무리하는 게 긴 연애가 끝난 것처럼 시원하고도 아쉬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요. 내가 더 잘할 걸, 내가 더 잘 쓸 걸. 그런 마음이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좀 더 내 마음을 잘 살피고 보다 멋진 표현을 만들어 볼 걸. 네, 압니다. 앞으로 쓰게 될 글에서 그렇게 노력하면 된다는 걸요.
매거진을 이끌어 주신 글밥 작가님 그리고 보리똥 작가님, 작은나무 작가님, 지각쟁이 작가님, 김채원 작가님, 감사했어요. 작가님들 덕분에 저의 2024년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정식 연재는 끝났지만 자유 연재는 언제든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섯 작가가 꾸려가는 공동매거진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구독하여 여러분 일상에도 영양을 듬뿍 주셔도 됩니다. 이미 글이 70개나 쌓여 있다고 앞 앞 앞 문단에서 말씀드렸지요? ^^ 그거 읽는데도 시간 꽤 걸리거든요. 그러다가 짬이 생기면 각자의 일상을 살피는 마음도 들여다 봐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매거진에 글을 쓰며 또한 글을 읽으며 바랐던 게 그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2024년 3월 영글음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