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스널북퍼 Jan 07. 2019

사피엔스

역사서 획을 긋다.

역사서 획을 긋다. ‘사피엔스’


 

-나는 이렇게 읽었다-

사피엔스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저자는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첫 문장이 뇌리에 박혀 나는 이 책을 경건하게 읽었다. 사실 이런 인문도서를 자주 접하는 독자부류가 아니기에 선뜻 이 책을 읽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소속된 낭독 팀에서 ‘사피엔스’를 낭독 책으로 선정하면서 팀원들과 함께 약 반년에 걸쳐 이 훌륭한 교양서를 완독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오히려, 철학서에 가깝다. 저자는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담백한 문장으로 자신의 역사지식을 서술한다. 그 안에서 독자는 과거와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예견하고, 저자가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사유한다. 이점이 매우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다는 거.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사피엔스’는 모두 4파트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인지혁명’ 방대한 분량의 구석기시대를 집약적으로 서술했다. 즉, 진화론에 입각하여 현 인류인 우리가 사피엔스라는 종으로 분류되기까지 여러 학설과 팩트를 체크한다. 이 파트에서 구미를 당긴 이론은 ‘교체이론’이다. 이 학설에 의하면 우리선조인 사피엔스가 다른 호모 종을 말살시켜 결국엔 우리만 살아남았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노사이드’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의 내용이 우리 종보다 더 뛰어난 종이 탄생함으로서 우리 사피엔스가 이 특별한 종을 죽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머지않아 외계생물이 지구에 당도하여 우리를 교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다. 과연 우리 종보다 진화된 생물체가 나타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사피엔스도 매머드처럼 이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 ‘농업혁명’ 농업의 발전은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관점에서 ‘농업혁명은 사치의 덫이지 않았을까?’라고 주장한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좀 더 배불리 먹고자 시작했던 농사일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시간과 인내를 요구했으며, 일은 하면 할수록 늘고 그로인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생산량이 늘면서 수확한 작물을 저장할 공간과 잉여생산물에 대한 분배문제는 또 다른 골칫거리였다. 결코 쉽지 않은 농사일에 피로를 느낀 사피엔스는 조금 씩 먼 미래를 바라보며 상상의 날개를 폈다. 그 결과 사피엔스는 여유자본으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인류통합’ 사피엔스에겐 한계란 없었다. 그들은 발전을 거듭하며 ‘불가능은 없다’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교만은 권력을 생산하고 신이라는 가공인물을 만들어냈다.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등에 업고 그의 계시라며 사피엔스들은 만행을 저질렀다. 그 와중에 난세의 영웅을 자처하며 독재자가 탄생했고, 이에 반하는 민주자본주의 이념이 서서히 퍼지면서 사피엔스는 돈에 길들여졌다.


네 번째 ‘과학혁명’ 돈이라는 자본의 실체가 사피엔스에게 선사한 것은 아주 많다. 그 중 으뜸은 과학혁명이다. 이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마침내, 사피엔스가 막연하게 꿈꾸던 미래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사피엔스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되레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들이 얻은 편리함에 대한 대가는 컸고, 가치라 여겼던 일들은 점차적으로 사라졌다. 상실감과 만족감이 교차하면서 사피엔스는 딜레마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사피엔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몹시 불편한 진실을 꼬집어 주는 책이다. 우리 종이 살아남기 위해 자행한 범죄적 사실을 예시까지 제시하며 섬세하게 표현한다. 따라서 읽다보면 얼굴이 붉어질 때가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든 생각이 과연 그렇게까지 하면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언인가다. 물론 지금의 안락함과 편리함은 그 치열하고도 비열한 역사 속에 피어난 부산물일 것이다. 허나, 우리세대가 앞으로도 이런 옹졸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역사를 써내려간다면 결코 우리 종에겐 미래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
 



작가의 이전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