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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스널북퍼 Jan 08. 2019

책 VS 책

정유정 작품을 논하다.

7년의 밤 VS 종의 기원

북토크를 다녀보면 작가의 유형이 참 많다. 자유분방형,샐러리맨형,바른생활형,자기채찍질형,벼락치기형 등등. 이 중 정유정은 자기 채찍질형에 속한다. 종의 기원인가? 그때 작가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자기는 글을 쓸 때 자택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 6개월이나 1년치 월세를 주고 가족과도 중요한 연락만 취한 채 고독하게 매일 운동하고 글쓰는 일 딱 두 가지만 한다고 한다. 물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덧붙여 말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정유정은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는 그 이름 석자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유명세를 타는 작가가 되었다. 지금의 그를 만든 그의 역작 2편을 살펴보자.

‘정유정=7년의 밤’이라 하여도 과하지 않는 그의 인생작인 이 작품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로 단번에 독자를 사로잡는다. 프롤로그. 것부터 세령호의 음산한 기운이 독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특히. 이 작품은 초기에 작가가 중점으로 둔 캐릭터 상세화에 가장 부합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우선 회고록 주인공 아버지 현수는 설정부터 딱 전직 야구선수로 규정해 그의 손아귀 힘이 미칠 영향을 미리 예고했고, 주인공가족들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승환은 아예 잠수부 아들로 못 박으며 사건의 목격자이자 해결사로 자리매김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캐릭터 ‘오영제’ 이 사람은 이 작품 탑오브탑이다. 보통 오영제처럼 모든 걸 잃은 아니 그 어떤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런 캐릭터에겐 아무리 악인이라도 동정심이 가길 마련인데 아예 작가는 현수가 아닌 오영제를 악마로 설정하고 그 캐릭터 구축에 힘을 쓴 거 같다.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내 가슴을 파고든 인물은 오영제 그 악랄한 인간이었다.

이젠 조금 진화된 작품 종의 기원을 살펴보자. 일단, 개인적으로는 7년의 밤이 더 좋았다. 다만, 읽기에 더 좋은 작품은 종의 기원이었다. 작가도 밝히지만 종의기원은 작가 및 편집부 직원들이 똘똘 뭉쳐 원고를 지속적으로 수정하며 만든 메이킹 된 작품이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책을 많이 팔겠다는 집념이 곳곳에 보인다. 우선 초기작품서 이따금 보이던 접속사가 거진 사라졌다. 문장이 매끄러워졌단 얘기다. 대화와 장면전환이 늘었다. 물론 불필요한 대화는 마이너스지만 적절한 대화는 속도감과 흡입력을 높인다. 또한 장면전환은 과하면 산만해지지만 적소에 배치하면 독자의 집중력을 지속시킬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주인공의 자기 생각과 주인공 어머니의 일기장이 교차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더 자극한다. 왜? 그 일기는 단순 자기 생활기록이 아니라 ‘프레데터’로 판명난 자기 아들 관찰일지이기 때문이다. 즉 주인공 엄마의 일기장은 이 소설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자 열쇠다. 이런 장치가 전작과 확연히 다른 건 아니지만 조금 씩 더 나아진 건 분명하다.

두 소설 다 내가 죽기 전에 언제 다시 읽을지 미지수지만, 단순히 재미로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둔 책을 다시 꺼내어 정밀하게 분석하고 작가의 글쓰기 패턴을 들춰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초기와 후기로 나누어 비교해봐야 되겠다.

****7년의 밤(4.7), 종의기원(3.9) -만점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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