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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스널북퍼 Sep 19. 2019

더 기버

기억전달자

The Giver : 기억 전달자.

지금 우린 마태효과 사회에 살고 있다. 다들 ‘자본주의사회가 그렇지 뭐~’하며 체념한 듯 살아간다. 이런 시기에 '카를 마르크스'가 등장해 평생 의식주 걱정 없이 아니 '희노애락애오욕'을 느낄 수 없이 누구나 공평한 평타 인생을 선물하겠다고 선동한다면(북한이랑 다름) 당신은 그에게 1표를 선사할 것인가?

고민해볼 문제이나, 난 이 소설 속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다. 난 태어나 지금까지 자유에 목마른 적이 없다.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의무감을 느낀 적도 없으며 사는 게 숨 막힌다는 절망감도 느낀 적이 없다. 그러나 끝없는 선택의 연속은 나를 지치게 했다. 심지어 사랑과 결혼까지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인데 그걸 선택하는 것이 피로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선택지에 동그라미 치는  게 어려운 인간은 아예 운명이 주어지는 게 좋다. 나 대신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고 알아봐 주고 어디에 쓰일 인물인지 대신 고민해주는 거. 기독교로 말하면 하느님 같은 존재가 내 길로 나를 인도해주는 거다. 이것이 결코 나쁜 일인가?

근데, 막상 이 소설과 영화를 보면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왜 그럴까? 나는 성취감이 없는 세상에 주목했다. 우리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노오력’ 이란 말이 소설 속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세상이냐? 것도 아니다. 반드시 의무를 다해야 되는 엄격한 룰이 존재한다. 그러나 뼈 빠지게 ‘노오력’을 해서 뭔가를 잘할 필요는 없다. 이 세계는 때가 되면 모든 걸 준다. 자기 임무만 다하면. 때문에 이들은 평생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왜? 애초에 욕심이 없는 인간으로 유전조작을 했기 때문에 이들은 아무런 욕망과 이상 시기 질투를 갖지 않는다. 그저 이들은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살다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임무 해제가 되어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다. 이 얼마나 단순 명료한 삶인가?

난 바로 이점에서 이 소설 속 세상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떠나고 싶을 때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는 삶. 그니깐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내 인생이지만 삶이 고통스럽다고 느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 이와 더불어 태초부터 상실감, 절망감, 좌절감, 괴로움이 뭔지 모르는 삶. 어쩌면 무지하기 때문에 슬플 것도 아플 것도 없는 이 소설 속 유토피아적 세상이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보였다. 다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사유하고 목표를 설정해 그걸 이룰 때마다 느끼는 그 희열을 느낄 수 없다면 삶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거 같다. 결국, 나도 소설 속 주인공처럼 가공된 세상에서 오래 버텨내지는 못할 거 같다. 그럼에도 이 꼴 저 꼴 안 봐도 되는 세상에서 한 번은 살아보고프다.

***평점 4.3 생각해볼 사안이 많아 매우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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