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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스널북퍼 Sep 03. 2019

어린왕자

B612

어린왕자

어느날 갑자기 사하라사막에서 금발소년을 만난다면 꼭 자신에게 알려달라던 조종사는 지금 어디서 희소식을 기다리고 있을까?

내게 고전은 시간을 이어주는 가교다.
20년 전 읽었던 어린왕자. 그땐 10대 소녀였고, 지금은 30대 아줌마가 되었다. 이젠 ‘이모’라는 말이 익숙하고, “학생” 대신”아줌마”,”저기요”,”언니” 불러도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뭐~씁쓸해보일 수 있는 세월의 야속함은 있지만, '인생이 다 그런 거지'로 애써 위안한다. 사실 이제와 어린왕자를 만나 무슨 대화를 할까 싶지만, 다시 만난 어린왕자는 의외로 내가 10대에 보지 못한 인생철학을 가르쳐줬다. 그 짧고도 여운 긴 20년 전과 후에 만난 어린왕자와의 소중한 시간을 편집해보련다.

우선 20년 전으로 돌아가본다.
그때 난 학생이었고, 어린왕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린왕자였다. 이 작은 소년은 소행성 B612에서 왔고, 매일 바오바나무 싹을 뽑고,활화산 구멍 청소를 하며, 까다로운 장미꽃의 시중을 들고, 해가 저무는 석양을 보며 슬퍼한다. 그러던 어느날, 견문도 넓히고 일자리도 찾을겸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다. 그가 내가 사는 지구에 오기까지 거친 행성은 총 6개. 첫번째 별에선 왕이란 자가 어린왕자에게 대사자리를 줄테니 신민으로 머물라 명하지만, 어린왕자는 왕의 집착에 별을 떠난다. 두번째 별에서도 허영쟁이를 만나 무조건 그를 숭배해야 된다는 요구에 작별을 고하고만다. 세번째 별에서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술꾼을 만나 연민을 느끼지만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아 별을 떠난다. 네번째 별에서는 매우 바쁜 사업가를 만나 잠시 흥미를 가지지만 그리 중대한 일은 아닌 거 같아 다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드디어 다섯번째 별에서 조금 특별한 가로등지기를 만난다. 그 자는 적어도 앞 전에 만났던 사람들보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고 가로등을 껐다켰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나마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 그래서 어린왕자는 좀 더 큰 별로 여행을 떠난다. 마침 10배나 큰 행성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정말 이상한 지리학자를 만나 ‘덧없다’는 말뜻을 배우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처음으로 어린왕자는 후회란 감정을 느낀다. 바로 여기까지가 어린왕자가 10대의 나에게 준 큰 교훈 ‘어른들은 이상해’다. 그럼에도 나는 어른을 선망했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지금 그게 얼마나 가당치 않은 일인지 잘 알지만 말이다.

20년 후에 다시 만난 어린왕자.
그가 대뜸 말한다. “너는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이 말에 무수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리라. "그래 난 이제 네가 말한 이상한 어른이 되었어. 근데 너도 많이 성장했구나. 그땐 왜 몰랐을까?" 분명, 어린왕자는 지구에 와서 성장했다. 일단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가 뭔지,사랑을 한다는 게 뭔지,이별의 아픔이 뭔지,별에 두고 온 꽃에 대한 책임이 뭔지 자신이 만난 여우,뱀,조종사,장미꽃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명언을 남긴 채, 그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결국 마음으로 보는 게 무엇인지 다시금 알려준 어린왕자. 나도 소중한 사람들과 작별할 때 어린왕자처럼 육신은 껍데기일 뿐이야라고 의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아직은 내공을 더 쌓아야 될 거 같다. 그리고 소망한다.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을 때, 어린왕자가 다시 나에게 찾아와 이 말을 건네길…
"넌 적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은 아니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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