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쓴 역작을 읽다
모비딕
작가는 이 작품에 모든 걸 걸었다. 나이는 먹었고 시중에 돈은 없고 아내는 임신한 상태고, 무조건 써야 했고 반드시 히트시켜야만 했기에 압박을 넘어 집착적으로 글을 썼다. 그 결과, 영미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전대미문한 소설 '모비딕'이 탄생하게 되었다.
포경업이 성행하던 그 시절 작가는 생계를 위해 포경선에 올랐다 스치듯 한 이야기를 듣는다. 포경선만 골라 공격하는 악명 높은 고래 ‘모카딕’에 대해. 실제로 살인 고래를 죽이러 떠났던 자들은 모두 주검이 돼 돌아왔고, 에이식스호에 탔던 유일한 생존자 한 명이 직접 목격한 전설의 고래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히트작을 써야만 했던 작가는 구미가 당겼다. 영물로 불리던 ‘그 고래’가 잃었던 부와 명예를 되찾아줄 거라 여겼다.
간절함이 너무 과했던 걸까?
한 인간의 광기로 탄생한 이 소설은 출판 당시 안타깝게도 평론가와 독자들에게 외면당한다. 하지만 20세기 와서 재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미쿡소설’ 반열에 오른다. 사실, 소설 이론으로 접근하면 이 책은 '졸작’에 가깝다. 근데, 그걸 알아야 한다. 우린 비평가도 아니고 소설 이론 또한 인간이 편리하게 써먹기 위해 만든 틀에 불과하다는 걸. 그 말인 즉, 누군가에겐 그 틀이 꾀나 잘 맞을 수 있고 누군가에겐 그 틀이 지나치게 비틀어진 불량품일 수 있다. 그저 내가 읽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뭔지 알고 감동한다면 그 소설은 인생 최고의 소설이 되는 것이다. 그 논리로 '모비딕'은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기에 문학 역사에 길이 남는 고전이 됐다.
난 이 작품을 단순히 소설로 읽지 않고 한 예술가의 처절한 밥벌이 정신이 담긴 '눈물 젖은 빵'이라 여기며 고귀하게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잔향이 남아 책장에 꽂힌 모비딕을 볼 때면 바다 특유한 냄새와 소금기 어린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아마도 영원히 잊히지 않는 소설이 될 거 같다.
아참, 노년에 푸른 바다를 보며 꼭 다시 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