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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이 May 20. 2022

임신일기 #1_너를 처음 알게된 날

2022년 1월 12일 수요일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전에 사두었던 임테기를 꺼내 테스트를 해보았다.

'설마 임신이겠어'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깐동안 기다렸다가 슬쩍 봤더니 희미한 두 줄이 보이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신기했고, 가슴이 벅찼고, 아침 햇살을 보는데 코끝이 찡했다.

내가 임신이라니…

내가 엄마가 된다니…

그렇게 조금은 갑작스럽게, 그래서 더욱 기쁘게 아가가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다.

 

가장 먼저 두어달 전 임신 소식을 전해주었던 친구에게 알렸다.

친구는 우리가 동갑내기 친구인 것처럼 우리 아가들도 두 달 차의 친구가 되겠다면서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 나보다 더 기뻐해줬다.

남편에겐 좀더 심호흡을 하고 흥분을 가라앉힌 후에 말하려고 아껴두었다.

오후엔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가서 일기를 쓰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남편을 놀라게 할 서프라이즈 작전을 짰다.


부족한 나를 늘 아껴주는 고마운 선배가 집들이 선물로 주었던 목욕 용품 상자에 임테기를 넣었다. 며칠전부터 상자를 꺼내 정리하자고 벼르던 남편이 생각나서였다. 퇴근 후 남편에게 선배가 준 상자를 내밀며 욕실 용품이니 화장실에 넣어두자고 했다. 상자를 열어본 남편은 "이게 뭐에요? 누구거에요?" 라고 놀람을 애써 누른 채 물었다. 내 거라고 대답했더니 잠깐 멈춰서서 선배 언니가 임신 잘 되라고 준거 아니냐며 놀랐다. 몇 초 후에 상황을 파악한 남편이 잘했다, 고생했다며 꼬옥 안아주었다. 좋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중국 음식을 주문해 맛있게 먹고 들뜬 마음으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화장대 위에 올려둔 남편의 예쁜 손편지를 발견했다. 내가 예쁜 마음을 먹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신 모양이라고.


코끝이 또 찡했다. 진짜 내가 엄마가 되는구나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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