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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이 May 21. 2022

임신일기 #2_5주차 아기집을 보다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한 다음날 아침, 부랴부랴 산부인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임신입니다"라는 확인을 받고 싶었다. 선생님은 아직은 초음파로 확인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라고 혈액검사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임신이라면 하루에 피검사 수치가 2배씩 늘어나서 다음주쯤엔 1,000 - 2,000이 될거라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집으로 돌아온 후 오후 5시 무렵, 전화로 피검사 수치가 400대 후반으로 임신이 맞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직은 얼떨떨했다. 문득 맘카페에서 임테기에 두줄 떴다고 너무 일찍 산부인과 가지 말고 일주일 후쯤 가면 딱 맞다는 글을 봤던 게 생각났다. 내 머릿속 뒷편 저 어딘가에 분명 있었던 정보인데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었나 보다.


다음 병원 방문일까지 일주일동안 남편과 나는 고민끝에 태명을 ‘달'로 정했다.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 우리집엔 배달 인형이 있는데, 이런저런 태명을 생각해보다가 내가 “배달이 어때요"라고 그냥 던져본 말에 남편이 “배달이... 달이로 할까?”로 제안했다. 마침 밖에 달도 환하게 떠 있었다. 그래, 달이가 좋겠다!


사실 하마터면 달이는 신파 드라마에 나올법한 ‘미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뻔 했다. 어렴풋한 나의 태몽 속에 새로 나온 신품종 제주귤 ‘홍미향’이 등장했었는데, 남편이 태몽을 따라 태명으로 미향이가 어떠냐고 물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향이는 너무 올드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후보들이 있었지만 ‘달이', ‘달아'라고 부르는 순간 달이는 달이가 되었다.


혈액검사를 하고나서 일주일 뒤, 다시 찾은 산부인과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초음파로 강낭콩만한 모양의 아기집을 확인했다. 남편은 ‘달이는 벌써 자기 집이 있네’라고 생각했단다.


여전히 신기했고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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