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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이 Jun 27. 2022

임신일기 #7_12주차 달이의 달이사이로

임신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분수령과도 같은 12주가 되었다. 딱 12주 0일이 되던 날, 정밀 초음파를 보면서 선생님과 함께 목 투명대와 코뼈 등 중요한 부분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평소같았으면 진료실에서 2-3분만에 다 보았을 초음파 화면을 깜깜한 초음파실에서 10분 넘게 들여다보았다.


맘카페에서 빠르면 12주에도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하길래 눈을 크게 뜨고 달이의 다리 사이만 집중적으로 보았다. 하지만 달이도 계속 움직이는데다가 입체 초음파 화면과 일반 초음파 화면을 왔다갔다 하며 봐서 그런지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집에 오는 길, 12주 각도법을 폭풍 검색했다. 아들과 딸의 초음파 사진에서의 척추와 성기부분의 각도가 30도 이상이면 아들, 평행하거나 30도 이하이면 딸이라는 나름 과학적인(!) 접근법 같았다. 그 후로 6시간 내내 소파에 같은 자세로 앉아 12분 분량의 달이 초음파 영상을 뚫어지게 보고 또 보았다. 달이의 다리 사이로 무언가가 있는지, 없는지만 눈 아프도록 보았다.


맘카페를 뒤져보다가 xx맘님, xx님 등 초음파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 각도법 잘 보기로 용한 분들이 아들인지 딸인지를 맞춰준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하루에도 몇 십 명의 예비 엄마들이 아가 초음파 영상을 올리면서 성별좀 봐달라는 글들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


남편은 달이가 아들이든 딸이든 성별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나중에 어차피 알게될 일이니 조급해하지 말라며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성적으론 너무나도 맞는 말인걸 알겠는데 그게 참 내려놓기 힘들었다. 일단 너무 궁금해 미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영상을 보다 지쳐 멍하니 누워 다시 생각해보니 달이의 머리, 팔, 몸통, 다리 등등 하나하나 다 예쁘고 신기한데 유독 다리 사이만 보고 있어서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Dal is well, all is well.

달이가 건강하니, 모든것이 다 괜찮다.


우리 달이가 아들일지 딸일지 너무 궁금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달이가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감사하며 지내자고 간신히 고삐 풀려 달아난 이성을 되찾아왔다. 


달아, 네가 남자든 여자든 엄마 아빠 사랑의 크기는 똑같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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