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the way you are

엉망이면서도 아름다운 다채로운 자아

by sunny


안녕! 잘 지냈니?

가을이 오는구나 싶었는데 어느덧 9월이 훌쩍 지나 10월이 성큼 와버렸네. 텍사스는 낮에는 아직 햇볕이 쨍쨍한 여름 날씨야. 정말이지. 가을이 천천히 오는 곳인 것 같아.


얼마 전 '어머나' 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올해 마지막날까지 D-100일이라는 거야. 지금은 두 자리 숫자로 내려갔겠다. 디데이는 마음을 설레게 만들면서도 조급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 올해의 4분기 시점으로 넘어가는 지금, 남은 70여일 동안 올 한 해 해보고 싶은 일들을 다시금 정리해 보았어. 네가 지난번에 북클럽을 통해 읽었던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쓰인 책을 공유해준 것이 너무 좋아서, 남은 나의 2025년에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나도 너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편지를 쓰고 싶은 의지를 불끈! 생기게 해 줘. ㅎㅎ


D-day 프로젝트 중 하나가, 매주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야. 내가 좋아했던 영화들을 위주로 보려고 리스트를 짜두었어. 이미 본 영화도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매력이 있어. 내가 얼마나 성장해왔는지에 따라, 내 삶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지잖아. 가끔은 처음 영화를 보던 그 시절의 나를 소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 그게 너무 흥미로워.


이번 주에 본 것은 요즘 우리들의 관심사였던 '감정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픽사와 디즈니가 공동 제작한 인사이드아웃 2였어. 어린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지만, 픽사 영화의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성장 스토리는 나의 마음속에 여전히 어른으로 자라나지 못한 어린 존재를 깨우고 감동시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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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주인공 라일리와 그녀의 감정들이 주인공이야. 1편에서의 감정컨트롤 본부에 주를 이루었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었는데 2편에서는 새로운 감정들 불안, 당황, 따분, 부러움이 등장해. 인사이드 아웃 2에 나오는 감정들은 대부분 나의 기준으로 분리해 둔 부정적인 감정들이었어.

너의 지난 편지 속에서 알려준 책 <악마와 함께 춤을(원제: Dancing with the Devil>은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잖아. 인사이드 아웃 영화도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다 이유가 있고 건강한 자아로 만들어주는 자양분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인사이드 아웃 2는 사춘기에 접어든 주인공 라일리가 곧 진학하게 될 고등부 하키팀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오랜 친구 둘이 자신과 다른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는 사실의 서운함으로 영화의 이야기는 시작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오랜 친구로부터 느낀 서운함은 곧 '불안'이라는 감정이 라일리를 지배하게 만들지.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가진 가지각색의 감정들을 귀여운 캐릭터로 표현한 것이 좋았어. 얼마 전 읽었던 브레네브라운이 쓴 Atlas of the Heart 책이 생각나더라고! 이 책은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언어로 표현해 낸 감정 백과사전 같아. 작가는 언어로 표현하고 인지함으로써 더욱 선명하게 나의 감정들을 알 수 있다고 해. 정확한 언어로 인지함으로써 내가 느끼는 삶을 더 다채롭고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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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의미를 만들고, 연결하며, 치유하고, 배우고, 자기 인식을 키우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감정과 경험을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을 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는 능력은 제한됩니다. (..) 경험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그 경험 자체에 더 큰 힘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브레네 브라운《 Atlas of the Heart 》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Atlas of the Heart 책에서 불안(Anxiety)과 설레는 기쁨( excitement)과 같은 결로 보더라고. 단지, 상황을 긍정적 언어로 해석했을 때 설레는 기쁨, 그리고 부정적 언어로 해석했을 때 불안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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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라일리가 하키를 평생 포기하게 될지도 몰라!

조이(기쁨): 만약에 라일리가 너무 잘해서 코치가 울면! 올림픽 출전을 하게 된다면!


- 불안이의 가상시나리오 방에서 조이와 불안이가 만드는 가상 시나리오 《 인사이드 아웃 2 》


인사이드아웃 2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불안이 가 만들어낸 가상 시나리오 방이야. 라일리가 하키시합을 앞두고, 불안이가 생각해 내는 미래 시나리오는 "만약에 실패하면 어쩌지"에 대한 최악의 상황들이었고, 기쁨은 '만약에 훗날 하키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거야!'라는 상상을 해.

둘 다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설레는 건 역시 '올림픽 우승'이 아닐까.


결국 미래의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자신은 충분하지 않다는 걱정이 곧 라일리답지 않게 이기적이고 정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돼. '나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내면의 목소리와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말이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생각들은 결국 나의 해석의 차이로 다른 현재를 만들어 가는 거니까.

하지만 흑백논리처럼 부정적 해석으로 생긴 불안한 마음이 나쁘고, 긍정적 해석으로 생긴 설레는 기쁜 마음이 좋다고 정의할 수는 없는 거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어렴풋이 배우고 있잖아. 자아는 뚱뚱하고 집요하지 않고, 연약하고 불안정한 존재이기 때문에.


영화는 라일리의 모든 감정들이 서로 끌어안고 라일리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막을 내려.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기에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나로 존재 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너의 편지를 읽고 아끼는 영화를 다시 꺼내보다 보니, 문득 미완성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우리가 새삼.. 귀엽다. (ㅋㅋ) 생각해 보면 나는 완성형 사람이지만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미완성형 인간이지만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사람을 더 애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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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감상문 같은 편지가 되어버렸네. 다음 편지엔 나의 일상을 녹여와 볼게.

더운 여름이 지나 선선하게 다가온 가을 날씨도 온전히 잘 즐기고,

영화에서 라일리의 모든 감정들이 라일리를 얼마나 애정하는지 알 수 있는 대사. " 엉망이면서도 아름다운 너의 모든 모습을 우리는 사랑해. We love our girl, every messy beautiful part of her."로 나의 편지를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