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나와 같기를 바라며.
잔잔한 강물엔 나뭇잎만 떨어져도 파동이 생깁니다.
적적한 내 인생에 뛰어든 당신이었고
나에겐 큰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한때 우리는 영원을 속삭였지만
결국 우리는 찰나가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신은 내 기억에 많은 흔적을 새겨두고 갔습니다.
차마 당신과의 기록을
흔적만으로 남겨두긴 싫었기에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시간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나는 아직 당신의 향이 아늑하게 서려있는
얼어붙은 모래시계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당신은 뭐가 그토록 감당하기 힘들었나요.
지금은 어떤가요.
아직도 힘이 드나요.
그때의 당신을 생각하면 애달픕니다.
당신의 슬픔과 힘듦을 가져오지 못해 그저 미안합니다.
달빛이 어둠 속에 새어 나오고
하나의 그림자만이 바닥에 외로이 드리울 때
둘이었던 우리가 생각이 나
자꾸만 당신이 떠오릅니다.
낡아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너덜 해진 기억 속을 다시금 들여다봅니다.
너무 자주 꺼내 본 탓일까요,
우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는
지직거리며 낡은 소리를 냅니다.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며
힘들 걸 알면서도
또 한 번 뛰어들렵니다.
이번엔 내가 당신의 삶에 파동을 일으키렵니다.
소리 없이 고요하지만
무엇보다 깊고 강하게 흔적을 남기렵니다.
마음은 자꾸만 세차게 앞서 가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붙잡기엔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한 번만 멈춰주세요.
조금만 천천히 가주세요.
내가 당신을 따라갈 수 있게.
당신도 나와 같길 원하며
나는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 파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