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라는 건 '사랑'을 의미하기에.

이미 완벽한 문장에 굳이 덧붙입니다.

by 파인트리

당신의 나의 가장 짧은 인연이었지만

나의 가장 긴 여운입니다.

당신의 사소한 취향과 습관은

어느새 나의 것이 되어 머물고 있습니다.

당신은 없지만

나는 이렇게나마 당신을 느낍니다.

그래서 마음 한편이 저릿하고 슬퍼집니다.

내가 늘 되뇌었던 당신의 이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사로,

당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용사로,

당신과 함께 한 모든 움직임과 행동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사로 남았습니다.

이로써 당신은

나의 가장 완벽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래지지 않을

메모가 되었습니다.

이 한 문장에

굳이 덧붙인다면

비로소 더 완벽한 사랑이 완성될까요.

비가 오면 누군가는 조금 젖더라도

굳이 한 우산을 같이 쓰고,

함께 잠을 잘 때면 공간이 많지만

굳이 꼭 붙어 좁게 잠에 들고,

머리를 말릴 때면 시간이 더 지체되더라도

굳이 서투른 그의 손길에 젖은 머릴 맡기고

새삼 비효율적인,

그렇지만 짙은 마음이 느껴지는

'굳이'를 고집했던 우리만의 방식

지금은 혼자서 이 모든 걸 할 때마다 나는

굳이 당신을 한 번 더 떠올립니다.

내 일상이 고요에서 행복

그리고 애통으로 향하는 그 과정에서

당신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인지

다시 한번 몸소 깨달았습니다.

살아있는 게 싫고

조용히 느껴지는 나의 심장박동마저 거슬리지만

당신을 생각하면

더욱 빨라지는 맥박을 느낄 때

나는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건 당신이 없음에도

굳이

내가 당신을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이유입니다.

고맙습니다.

나에게 가장 완벽한 문장이 되어 줘서.


굳이 당신을 생각하며

24살의 끝자락을 보내렵니다.


- 파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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