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살고 있다

호두맘 반성일기 시작

by 소녜

세 살 넘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다. 그 이름은 호두.


마당 딸린 네 가족 식구 집에 '14년 9-10월쯤엔가 갑자기 아빠가 6개월 된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가족 누구와도 상의없이 데려온 친구라 사실 아무도 마음의 준비도 책임감도 갖춰놓고 있지 못할때였다. 심지어 그때 나는 한참 학교 다니며 자취 중이었으니, 집에 자주 오지도 못하고 유대관계도 많이 쌓지 못했다. 그래도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이라면 (새, 쥐를 제외하고는) 꽤나 좋아하는 나라서, 집에 올때마다 보이면 반갑고, 들뜨더라.


호두어릴때2.jpg 우리 집에 막 왔을 때의 호두. 아직은 작고, 어리고, 어리둥절한 모습이 만연하다.


그러다 '16년 1월, 취업이 되어 자취생활을 접고 본가로 들어왔다. 그렇다고 바로 둥가둥가 호두랑 친해졌느냐, 그건 아니었다. 1-2월은 신입사원 연수를 들어가있느라 집에 없었고, 3-4월은 환영회식이다 뭐다 술자리에 불려가기 바빴다. 평일말고 주말에는 뭐했냐하면, 주말에는 용인에서 상수까지 왔다갔다하며 남자친구를 보기에 바빴다. 사실 핑계다 핑계. 간만에 집 생활이라 아직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고, 그래서 집에만 오면 밖으로 나돌아다니기 바빴을 뿐이다.


그 사이 호두는 보통 아빠와 동생이 챙겼다. 아침 저녁으로 아빠가 밥을 줬고, 아직 자취를 시작하지 않은 동생이 종종 놀아줬다. 하지만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않아서 동생이 다루기엔 호두가 너무 힘도 고집도 셌다. 서로 맞춰가려는 노력은 없이 힘들어했다. 호두도 힘들어했을테고. 산책은 아빠가 있어야만 가능했고, 그래서 아주 가끔, 해지고나서야 데리고 나갔다.


그나마 상황을 좀 개선하게 되었던 계기는 나의 첫 휴가, '16년 8월 첫째주에 우리 가족이 다같이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였다. 열흘 남짓 집을 비워야 했고, 우리집에 대신 와서 호두 밥을 챙겨주거나 할 사람도 마땅치 않았다. 애견호텔은 싸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한 달 정도 훈련학교에 보내는 것. 훈련을 마땅히 시켜야 하는데 다들 요령도 부족하고 의지도 약했으니까, 좋은 선택지였던 것 같다. 호두는 학교에 가서 앉아와 기다려를 배워왔고, 아빠랑 동생도 가끔 방문해서 같이 훈련을 받았다.


호두는 원래 생각했던 기간보다 조금 더 학교에 머물렀다. 일종에 상술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나가면 금새 까먹는다는 훈련소의 이야기에 두어달 머무르다 10월쯤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호두가 없는동안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우리를 볼때면 마음 한구석이 쓸쓸하고 아쉬웠는데, 호두가 돌아와 그 자리를 채우니 반가운 마음과 함께 한켠에는 죄책감과 책임감이 몰려들어왔다. 내가 이 아이를 얼만큼 챙겨줄 수 있을까.


그래서 내 마음을 조금 더 다잡는 의미에서, 반성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호두와 함께하는 생활기에 덧붙인,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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