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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Dec 24. 2017

[여행기]방콕 스파 체험

20171207~20171210 방콕, 라바나 스파를 다녀오다

방콕 하면 마사지지!


그래서 나는, 본격적인 여행 첫날 아침 아홉 시부터의 일정으로 세 시간짜리 스파를 예약해놨다. 우리 호텔에서 가까워 걸어갈 수 있고, 후기가 괜찮았던 라바나 스파. 모닝 프로모션으로 두 시간짜리 스파 코스를 예약하면 1시간짜리 바디 스크럽을 해주는 코스였다. 

대충 이 정도의 딜이었달까.

혹시 늦을까, 그리고 시간 남으면 산책 좀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아침 여덟 시부터 알람을 맞춰놨다. 미적거리다 일어났는데, 바깥에 내려다보이는 수영장 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신이 났더니 잠이 깼다. (역시 회사에서 잠이 안 깨는 이유가 있다) 일찍 나가서 수영장 구경도 좀 하고, 뭐 먹고 갈지 주변도 둘러볼 겸 바깥으로 나왔다. 


아직 더운 날씨에 적응은 안 되어서 나시원피스만 덜렁 입고 나가면서도 기분이 휑했는데, 아침 날씨인데도 조금 선선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온도였다. (역시 여름나라 최고다) 날씨가 아직은 좀 꾸물했고, 수영장은 생각보단 작았다. 풀사이드 테이블+이층의 조식 먹는 곳이 야외에 있어 그냥 거기 앉아있기가 뻘쭘해서 금방 호텔 바깥으로 나왔다. 어제 택시 타고 들어오는 길에 보니 정말 스파가 멀지 않았으니, 근처에 뭐 있나 좀 볼 겸 걸어나갔다. 


조금 걸으니 더워졌다. 길가에는 아침을 파는 노점상이 꽤 있었는데, 주문하는 법을 몰라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배가 부르면 마사지할 때 불편할 테니까, 하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큰길까지 나갔더니 읭? 건너편에 할리스가 보였다. 읭? 설빙이 있었다. 읭? 코리아 타운이라고 이름 붙여진 건물이 있었다.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얘네들을 보지… 하면서 돌아왔다.

왼편에 보면 설빙이 있다. 코너를 돌면서 참 의아했다.


시간이 아직 좀 떠서 라바나 스파 바로 맞은편 도이창 커피에서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넘어갔다. 라바나 스파에 들어가면 먼저 간단한 인적사항과 집중 케어 받고 싶은 두 곳을 표시할 수 있는 종이를 주고, 차를 주고,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선택한 사람은 오일 향을 고르게 한다. 나는 어깨와 종아리, 그리고 레몬그라스 오일을 골랐다. 


그 이후에는 슬리퍼로 갈아신으라고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발을 씻겨준다. 마사지룸은 2층에 있다. 일회용 팬티와 샤워캡을 주고, 두 개만 착용하라고 하고 잠시 나가 있는다. 옷을 벗고 엎드려 있으면 들어와서 시작한다. 스크럽은 코코넛 향이다. 에어컨을 좀 세게 틀어서 쌀쌀한가 싶었지만 수건을 덮어줘서 괜찮았다. 쓱싹쓱싹 세신사만큼은 아니지만 꼼꼼하게 해준다. 나는 겨드랑이가 좀 예민한 편인데, 그쪽으로 다가올 때 움찔움찔하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가만히 몸을 맡기고 엎드려서 생각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다가, 순간 궁금했다. 앞판은 어떻게 하지..? 생략인가? 


한 번도 앞판을 마사지받아본 적이 없었다. 생략해도 이상하고 실제로 해도 이상하지 않나..? 하며 걱정하는 찰나, 돌아누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뀨. 돌아누웠다. 다시 쓱싹쓱싹.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행이었다.


스크럽이 끝나면 씻고 속옷 새 걸로 갈아입으라고 하고 샤워실로 안내해준다. 그 사이 침대를 정리해주고, 나가 계신다. 그럼 난 다시 씻고, 보드라워진 몸으로 팬티 차림으로 다시 엎드린다. 엎드려서 멍 때리고 있으면 다시 들어와서 오일 마사지를 해주신다. 


오일 마사지는 잠이 솔솔 온다. 마사지 침대에 엎드려 있으면 아래쪽이 놓아둔 꽃 띄운 물그릇이 있는데, 멍 때리면서 바라보고 있으면 다리는 가벼워지고 목은 시원해지고. 잠이 들랑 말랑 하면 자세를 바꾸라고 해서 또 깼다가. 이렇게 한량일 수가 없다. 

거기에 화룡점정은, 하고 나오면 주는 한 세 젓가락 분량의 볶음국수. 배 눌려서 소화 안 될까봐 or 불편할까봐 아침을 안 먹고가서 너무 배고팠는데, 조금 불어있었지만 정말 꿀맛!


이렇게 좋았던 방콕에서의 첫 마사지였지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마사지 강도를 standard로 요청했는데, 조금 아쉬웠던 건 내 몸이 부위별로 받아들일 수 있는 통증의 정도가 다른지, 좀 더 세게 했으면 했던 다리는 아쉬웠고, 만약 strong으로 하면 목 마사지할 때 죽었겠다 싶었다. 가기 전에 강하게 약하게를 태국어로 알아가거나,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는 말하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할 듯.(난 귀찮아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두 번째로는 그날 간단한 선크림을 바르고 갔는데, 얼굴 부분도 약간의 안마를 해주니 (혈을 눌러준다던가 등) 아예 깨끗한 얼굴로 가거나 씻을 시간을 주면 좋을 듯.


그리고 이로써 내 1일 1 마사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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