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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Dec 29. 2017

[취존해주세요] 채광의 중요성

나는 겨울에 태어났는데 겨울이 왜 이렇게 싫은 것일까

나는 햇빛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


날씨가 흐리면 기분이 별로고, 동절기가 되어 해를 못 보고 출근해서 해를 못 보고 일하고 해를 못 보고 퇴근하는 날이면 아주 우울하다. 당장 무슨 일이든 때려치우고 싶다.


반면 햇볕 쨍쨍한 바닷가에 있노라면 마음이 평온하고, 늦잠 잔 주말 아침 나무를 통과해 창문으로 들어오는 초록 햇빛에 잠을 깨면 그렇게 행복한 아침일 수가 없다. 얇은 커튼을 쳐놓고 푸릇푸릇한 빛을 받으며 낮잠을 자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는 주근깨 생긴다며 얼굴 탄다며 싫어하는 파라솔 없는 테라스 자리도 아주 좋아한다.


해 잘 들던 이코복스. 아이스 카푸치노도 너무나도 맛있었다. 우유거품 예술!


얼마 전, 압구정에 갔다 급히 커피를 사들고 가느라 이코복스 커피에 들어갔다. 종종 들르곤 하는 곳이긴 했지만, 그날따라 낮 두시에 내리쬐는 햇볕이 카페 한 가득이었다. 추운 날이었지만, 따뜻한 햇볕을 등 한 가득 받으며 커피향을 들이 맡으니 이게 주말이구나, 하고 한결 여유로워졌다.


woolf social club @ 한남동


내가 최근 가장 좋아하게 된 공간은 한남동에 위치한 울프소셜클럽이다. 위치는 조금 외지지만, 커피맛, 음악, 채광까지 완벽한 곳. 장소의 크기나 의자보다는 분위기 자체가 너무나도 안락하다. 아직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 가볼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시도해보고 있는데, 아직까지 만족하지 않은 것이 하나 없어 점점 더 기대가 되고, 가지 못할 때에도 생각나는 곳이다. (지금조차도!)

 

해가 갈 수록 복작복작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좋다. 갈 수만 있다면! (흑흑 표구해야지)


제일 좋아하는 축제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이다. 사실 아직 두 번 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돗자리에서 뒹굴며 마시는 맥주, 그리고 딱 내 취향의 음악이 시작될 때 홀린 듯이 뛰쳐나가 춤을 추는 기분은 정말 끝내준다. 보통 늦은 시간 가장 핫해지는 UMF보다는, 느긋하게 햇빛 쬐며 늘어져있는 SJF가 나에게는 딱이다.


벌써 2년 반이나 지났다니, 그립다!


지금 제일 가고 싶은 곳은 Puerto Escondido. 멕시코 남부에 위치한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다. 서핑하기에 좋다고 해서 가서 4일 정도를 머물렀는데, 사실 처음 도착한 날은 아주 무서웠다.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데 나 혼자만 동양인이었고, 나 혼자만 스페인어를 못 하는 것만 같았다. 간신히 예약해둔 호스텔에 갔는데, 날은 어둡고, 방은 덥고 해서 괜히 왔나 고민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서핑 강습을 받으러 나가 마주 본 해변 Playa Carrizalillo는 비취색의, 적당한 크기의 파도가 꾸준히 오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서핑보드 위에 올라타 가만히 파도를 기다리려니, 이만한 지상낙원이 없겠다 싶더라.



이런 나에게 겨울은 정말 쥐약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우울증에도 취약해진다던데, 정말 그런 판국이다. 안 그래도 출근이 빠른 회사에 다니다 보니, 하루에 볕을 쬐는 시간의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침에도 해를 못 보고 출근해서 저녁에도 해를 못 보고 퇴근하는 겨울 직장인의 삶은 고독하고 뼈가 시리다. 어서 빨리 봄이, 아니 여름이 왔으면. 혹은 따뜻한 나라에서 일할 수 있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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