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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훈련사의 책을 읽고

by 소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일명 '세나개'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면서, 강형욱 훈련사의 이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었다. 제목만 보고도 겁이 났다. 나는 100점짜리는커녕, 아주 많이 부족한 견주니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혼나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궁금하면서도, 서점에서 아주 많이 눈에 띄어도 표지조차 들춰보지 않았다. 무서워서.

그렇게 공부를 미루고 미루다, 그래도 입문을 하려면 이만한 책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겨울이 되어 게을러진 내 마음도 다시 다잡을 겸, 공부도 해볼 겸 결국 책을 샀다.


단호한 책 제목과는 다르게, 다행히도 책은 평소 내가 TV에서 봐왔던 젠틀한 강형욱 훈련사의 말투로 적혀있었다. 그리고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정리해두려고 한다.


첫 번째 부분.

반려견의 사회성을 위해서 꼭 다른 반려견을 만나야 할까?


강형욱 훈련사의 대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이다. 인용하자면 "소개팅을 나가더라도 상대와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른 강아지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언제쯤 호두가 강약약강의 소통방법을 버리고 (크기에 상관없이 마구마구 짖거나 호전적인 개들은 너무 무서워 줄행랑치기 일쑤이고, 또 자기한테 관심 없는 강아지에게는 무작정 돌진해버린다) 안정적이고 다정한 아이가 될 수 있을는지, 다른 애들을 많이 만나게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

친하게 지낼 것 같다가도 돌변하니, 항상 불안하다

다만 운전을 못한다는 이유로 멀리 가기 어려우니 일단은 산책만 시켜보자, 고 했던 게 오히려 지금에서는 다행이다 싶다. 베스트 해결책은 이렇게 산책을 자주 나가면서 다른 강아지들 냄새도 많이 맡고, 익숙해지게 하는 것. 하지만 산책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집 강아지들은 집에만 있어서인지, 아니면 우연히 그러했는지 보통 예민하고 잘 짖는 아이들이 많았다. 동네에 비슷한 크기의 리트리버들이 살긴 하는데, 도무지 주인들과 내가 만날 일이 없다 보니 아이들도 같이 놀게 해 주기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 호두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무턱대고 놀게 해줄 수도 없고. 아휴. 일단은 자주자주 산책 나가고 많이 놀아주면서 사람과의 유대를 쌓을 수 있게 하는 수밖에.


두 번째 부분.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지 입에 넣고 맛볼 수 있게 해주자.

사실 이건 '퍼피 라이선스'라는 것을 소개하면서 나온 이야기이긴 하다. 어린 강아지의 경우 무엇이든지 해볼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 호두는 이제 네 살이니, 아주 어린 강아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경험의 측면에서는 해보지 않은 것이 아주 많다. 산책을 하면서 담배꽁초나 부패한 음식 등 위험한 것들을 입에 넣지 못하게 교육하는 것을 혼내다 보면 강아지 입장에서는 그냥 뭐든 먹으면 안 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나도 호두를 산책시키다 보면, 웬 길에 그렇게 닭뼈가 많은지, 호두가 어느새 그걸 우적우적 씹고 있는 걸 보면 속상하고, 뱉게 하려고 온 노력을 하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런 뼈들이 목에 걸리거나, 아니면 탈이 나게 한 적은 없다는 것. 물론 이게 순전히 운에 불과하고, 언제든지 큰 일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걱정은 되지만, 호두가 그런 것들을 먹는 걸 호두에게 탓을 묻기보다 내가 보다 앞서 길을 살펴보고 안전하고 깨끗한 길로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싶다.

호두에게 쓰는 시간을 늘려갈수록, 신경 쓸 것이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그게 또 스트레스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호두 간식을 고르는 시간, 장난감을 고르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그걸 호두가 좋아해 주는 걸 볼 때는 또 배로 즐겁다. 언젠가 100점짜리 견주가 될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조금 더 공부하고 조금 더 노력하면서 1점 1점 올려가고 싶다. 호두 간식 떨어져 가는데 다음엔 뭘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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