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가 된 강아지들
얼마 전, 경기도에는 대설주의보가 떨어졌다.
(아, 왠지 얼마 전이라고 하기 민망하다. 게으름 피우며 글을 안 쓰는 동안 벌써 열흘도 넘은 듯하기 때문이다.)
산골짜기(라고 나는 부르지만 남이 시골이라 하면 화가 날 정도의 위치)에 살고 있는 나는, 눈이 오면 참 걱정이다. 차가 아예 못 내려갈 정도로 폭설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천천히 내려가고 차들이 다 막혀있을지도 모르는 어중간한 눈과 얼음이 예상되는 날에는, 안 그래도 빠른 출근시간에도 불구하고 그걸 고려해서 10분 이상 빨리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밤 눈이 내린 다음 날, 떠지지 않는 눈에 억지로 힘을 주며 출근을 했다. 쉬는 시간에 트위터를 켜봤는데, 이럴 수가 온 세상 개들이 다 눈을 맞으며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동영상이 잔뜩. 나도 평일 밝은 낮에 산책시켜주면서 눈을 만끽하게 해주는 견주이고 싶어 슬퍼졌다.
그 날은 안타깝게도 야근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시간도 애매하고, 길도 미끄러워 호두를 데리고 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마당에 눈이 좀 쌓여있겠다, 주머니에 간식을 찔러놓고 나왔다. 호두는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눈을 핥고, 밟고, 뒹굴었다.
에구머니나, 너는 춥지도 않니! 하면서도 발 시릴까 걱정되고, 또 한편으로는 즐거워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조금만 더 집에 일찍 왔으면 좋을 텐데. 방수패딩 신발 같은 걸 마련해줄까, 신발 신으면 오히려 답답해서 못 즐기고 싫어하려나, 고민이 시작됐다. 그 와중에도 호두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눈을 일부러 밟았다가도 눈이 없는 곳으로 펄쩍 뛰어나오는 모습은 흡사 아기 캥거루. 탄탄한 다리 근육과 노란 빛깔 털 때문에 더 그래 보였다.
개들은 왜 이렇게 눈을 좋아할까? 뭇사람들은 발이 시려 추워할 뿐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또 다른 견해에 따르면 개들은 열교환 시스템(?) 같은 게 있어서 발 쪽으로도 끊임없이 피를 내보내 온도를 높인다고 한다. 그래서 발이 잘 시리지 않는다고. 개의 시각 구조가 사람의 그것과는 달라 눈이 신기해 보여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발이 시리지 않다면 너무나도 다행이고, 색다르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즐겁다. 출근만 없으면, 그래서 호두랑 더더 즐거울 수 있다면, 눈은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