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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 뜯고 당기고

호두 장난감 후기 2_원반과 터깅

by 소녜

호두의 첫 번째 장난감은 원반이었다.


원래 집에 플라스틱으로 된 원반이 있는데, 호두가 물고 던지고를 반복하다 보니 슬슬 모퉁이가 갈라지기 시작. 이걸로 계속 놀다가는 입이 다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튼튼하고 망가지지 않는 것으로 알아보다 골랐다.


KONG Company 의 Kong Flyer.
콩 플라이어

키워드를 '대형견', '장난감', '원반'으로 찾으니 나온 제품이다. 아무래도 강아지들 장난감은 죄다 입에 물고 빨고 하게 되니 입이 다치지 않도록 부러지거나 찢어지지 않는 게 중요했다. 특히 힘이 센 호두에게는 내구성이 아주 중요한 요건.


그런 면에 있어 이 원반은 내 요건과 정확히 부합한다. 가지고 논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니, 대부분의 계절을 바깥에 내버려뒀는데도 어디 하나 상한 곳 없이 말짱하다. 비록 처음 사서 가지고 놀기 시작했을 때에는 너무 말랑말랑해서 씹는 느낌이 안 나서 그런지, 새 것이 낯설어서인지 부서져가는 옛 원반을 고집했지만, 내가 빼앗아(...) 버린 이후로는 이것도 곧잘 가지고 놀았다. 비도 맞고 눈도 맞고 하다 보니 약간 거뭇거뭇 흙자국이 박혀버린 부분도 있지만, 호두와 내가 줄다리기를 해도 찢어질 기미조차 없는 아주 튼튼한 제품. 마구마구 가지고 놀기 참 좋다.

나랑 힘겨루기 중인 호두. 저 작은 발도 힘이 꽤 세다.

하지만 호두 잇몸이 약해졌는지, 내가 너무 무식하게 터깅놀이를 한 것인지, 한 번은 호두 잇몸에서 피가 조금 나는 것을 발견하고 식겁하고는, 그 이후로 세게 잡아당기는 놀이는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로 힘 조절을 해야 호두가 아프지 않으면서도 시시하지 않다고 느낄지 감이 오지 않아서다. 심지어 이게 빨간색이다 보니, (실제로는 검은색 등등 다른 색상도 있는 걸로 알고는 있지만) 피가 나더라도 내가 금방 캐치를 못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두는 터깅이 신났나 보다. 가끔은 쫄래쫄래 원반을 물고 다가와서는, 약 올리듯이 근처에 앉아서 자기 앞발로 원반을 움켜쥔다. 내가 다시 던져주려고 하면 물고 도망가고, 입에 물고 있는 걸 손으로 잡으면 몸을 슉 낮추면서 잡아당길 준비를 하더라.


그래서 최근 아예 터깅용 장난감을 마련했다.

제품이름은 도그 티피알 로프토이.

그냥 지마켓에서 뭐가 있나 들여다보다가, 끈도 꽤 길어 보이고 이리저리 잡아당기면서 놀기 좋겠다 + 저렴해서 샀다. 하지만 실제로 받아본 느낌은 생각보다 작네,였다. 호두만한 대형견보다는 코기 정도의 중형견에게 딱이지 않을까, 소형견은 둘이서도 가지고 놀 수 있겠다, 정도의 사이즈인데 호두에게는 약간 작은 느낌. 별다른 향은 나지 않고, 가운데는 말랑말랑한 실리콘 제형이 감싸고 있고, 그 안에 밧줄이 들어있다. 가운데 부분도 찢어질 정도로 얇거나 약하지 않아서 씹고 놀기에도 좋고, 돌출된 돌기들이 잇몸 마사지도 해준단다.


호두 반응은 좋았다. 던져주자마자 저 멀리 물고 도망가선 양발로 한쪽 끝을 잡고선 반대편 매듭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 덕에 깨끗했던 줄은 금세 너덜너덜해졌지만, 한참을 그러고 놀았다. 뭔가 뽑아버리고 싶은 느낌이 드는지, 발 방향을 연달아 바꿔가며 고정시키고 잡아당기고를 반복하는 게 귀여웠다. 그러다가 진짜 빠져버리면 그 재미도 끝일 테니 빼앗아 반대방향으로 잡아당겨 균형을 맞추고, 다시 던져주고, 또 입에 물고 있는 걸 괜히 잡아당기면서 놀기도 했다.


이 제품의 장점이라면, 가운데 실리콘 재질이 (침이 묻으면) 미끌미끌해서 잡아당기더라도 호두 입에 큰 무리를 주지 않고 요리조리 흔들리다가 쏙 빠진다는 점. 단점이라면 정말 미끌미끌해서 내 손이 불쾌하다는 점..? 말고는 기대했던 것보다 작아서 호두가 내게서 그걸 가져가려고 입을 와구와구 하며 다가오면 혹여나 내 손까지 입에 넣을까 겁이 날 때도 있다는 점 정도.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럽다.


호두 놀리기는 언제나 재밌다. 호호


사실 호두에게 그냥 던져주고 제일 효과가 좋은 물고 뜯는 장난감은 개껌이긴 하다. 우유분말로 만들어져서 둘둘 말려있는 개껌은 푸는 재미가 있는지 잡아당기고 갈기갈기 찢어놓고, 또 그걸 먹느라 한참을 집중하고. 뼈 종류로 만들어진 딱딱한 개 껌도 부숴먹고 씹어먹고 신이 나 하지만, 먹을 걸로만 하다 보면 편식할까 우려도 되고, 살찔까 걱정도 되어 한계가 있기도. 그런 면에서 둘 다 굿 초이스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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