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녜 Jan 02. 2018

[여행기] 툭툭 먹방투어 후기

20171207~20171210 방콕

이번 방콕 여행을 혼자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이거였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메뉴를 하나밖에 못 먹겠네, 어떡하지?”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 많은 도시에서 별 것 못 먹고 갈까 봐, 가 나의 가장 큰 걱정이자 염려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툭툭 먹방 투어’. 가기 전 친구에게 이런 게 있다고, 이거 갈 거라고 하니 참 너답다고 대단하다고 웃어댔다.

그리고 방콕에서 태국인 친구들을 만난 저녁, 나 다음날 저녁에 이런 프로그램에 갈 거라고 했더니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7만 원 상당. 이야기를 듣고는 친구들이 모두 놀랐다.

아니 툭툭을 타고 다니는데 그렇게 비싸다고? 어디 한 번 바우처 좀 보여줘 봐. 오, 팁싸마이도 가나 보네. 뭐야 음식점을 일곱 개나 가? 그럼 할만하네. 나도 나중에 링크 좀 보내줘, 친구나 클라이언트 오면 보내줘야지.


다행히 대화를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저녁 약속 장소로 향했다. 택시 아저씨가 이미 출발해놓고 미터기 안된다고 배짱을 튀기기에 하는 수 없이 삼백 바트를 내고 (지하철 탈 걸 그랬다!) 약속 장소인 쌈얀 역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두리번대니, 연한 파란색의 옷을 입은 여자 가이드 분이 툭툭 투어에 왔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했고, 이름을 체크했다. 잠시 후 덩치 큰 영국인 남자가 도착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왔다니 자기 동생이 한국을 매우 좋아한다며, 지금은 상해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조금 더 기다려 인원이 다 모이니 필리핀에서 온 여자 친구 두 명, 원래 태국의 다른 지역 출신인 여자 친구 두 명, 영국인 남자 한 명, 미국인 남자 두 명, 그리고 나. 이렇게가 끝이었다. 가이드까지 합쳐 총 9명이었는데, 툭툭은 총 네 대. 나는 누구랑 어떻게 타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친절한 태국 아이들이 함께 타겠냐고 물어봐줬다.


1. 통성명을 하고, 사실 우리 한국 자주 간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첫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이름을 적어둔 곳이 없어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북부 지방의 음식을 파는 곳이었고, 그 음식점이 있는 동네는 원래 '오리 요리'가 유명하다고 했다. 우리가 그곳에서 먹은 것은 시큼한 사골국 같은 것과, 돼지 편육 같은 음식. 그리고 쏨땀이었다. 뭔가 혼자 왔으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음식점에 와 첫 끼니를 먹고 있자니 신기했다.


2. 그다음에는 매운 쏨땀을 먹었으니 입가심을 해야 한다고 툭툭을 타고 조금 달려가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길거리에서 파는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먹었다. 망고와 연유와 밥이라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조합 이건만 맛있었다. 냠냠! 길거리 노점상인데 한국말로 메뉴가 쓰여있어 기분이 이상하였다.


3. Ann Guay Tiew Kua Gai

엄청나게 줄을 서있는 볶음 국숫집에 갔다. 관광객도 꽤나 있었지만 현지인들도 줄 서 먹는 맛집 같았다. 줄이 좀 길어 가이드분이 우리를 뒷마당에 자리한 부엌(?)으로 데려가 불쇼를 보여줬다. 볶음 국수는 돼지기름에 볶는 데다가 불은 연탄불을 써서 건강에 안 좋을 것이 분명했다.

맛은 신기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볶음 국수와 다르게, 거의 튀기다시피 볶아 거의 '전' 맛이 났다.

계란을 넣어 튀기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기름졌다.


4. 세 끼를 연달아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다행히 다음 구경 장소는 꽃시장. 이 곳의 꽃시장은 24시간 운영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했다. (첫 번째는 네덜란드라고 한다) 구경을 하기 전 양파같이 생긴 걸 사길래 저건 뭐지 하면서 계속 돌아다녔다. 꽃시장은 정말 컸다. 상인들은 꽃을 바늘로 꿰어 동그란 화환같이 만들고 있었다. 노란 꽃이 엄청 많았는데, 처음에는 옥수수인 줄 알았다(...)


시장 구경이 끝나갈 때쯤, 양파 같이 생긴 꽃을 하나씩 나눠 받았다. 다음 차례는 왓포 사원인데, 제단에 바칠 꽃이었다. 꽃잎을 하나하나 바깥으로 말아 꽂아 넣으면, 커다란 꽃송이가 된다. 신기했다.


5. 보통 사람들은 낮에 사원을 간다. 나는 더위에 못 이겨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녁에도 건물 내부로만 못 들어갈 뿐, 바깥에서 사원을 구경하는 것을 가능했다. 선선한 저녁 날씨에, 조용한 분위기. 우리끼리만 돌아다니며 꽃시장에서 준비해온 꽃을 제단에 올리고 소원을 빌었다.

내 꽃이 유독 안 꽂혀 한참을 당황했다.


6.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사원을 강 건너에서 바라볼 수 있는 루프탑바에 갔다. 알고 보니 다음날 낮에 와볼까, 했던 곳. 마치 작은 부다페스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싱하를 한 병 마셨다. 낮에 오는 것보다 저녁에 오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 고 생각했다. 기대도 않았던 경험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7. 마지막 코스는 best 팟타이로 유명한 팁 싸마이. 열 시쯤 도착했는데도 줄이 한참이었다. 줄 기다리는 동안 옆집 구경도 다녀왔는데, 요리사 아주머니께서 스키 고글까지 끼고 열심히 재료를 볶고 있었다. 팁 싸마이도 바깥에 주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명이 재료를 샥샥 볶아 팟타이로 만들어내면, 옆 자리의 사람이 계란물을 재빨리 씌워 오믈렛으로 만들어낸다. 자리 안내를 받고 좀 더 기다려 팟타이를 받았다. 원래 한국에서 먹던 팟타이보다 훨씬 얇은 면에, 진한 색이 특징이다. 새우 기름을 써서 만들어 그런가, 맛도 진한 편. 원래는 여기의 오렌지 주스를 곁들여야 완벽하다는데, 너무 배가 터질 듯하여 포기했다.


8. 수많은 저녁들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바로 옆집에서 파는 + 노점에서 파는 디저트 하나씩을 더 받았다. 달짝지근한 코코넛 맛이 나는 것이 마무리로 딱! 부른 배를 두드리며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전반적으로 재밌었다. 하지만 조금 심심했다. 친절하게도 다른 무리 아이들이 말도 걸어주고 챙겨줬지만, 나는 주로 혼자였다. 마음 맞는 친구와 메뉴 고를 걱정 없이 배부르게 쏘다니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었던 코스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기] 방콕 카페 나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