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의 발을 좋아해

그 말랑한 감촉을 한번이라도 겪어봤다면 분명히 헤어나오기 어려울거야

by 소녜


나는 호두 발이 너무 좋다. 생각만해도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산책하다가 힘들 때, 마당에서 뒹굴다가 입이 심심할 때, 호두는 뜬금없이 내 허벅지에, 손에, 혹은 내 발등위에 본인의 앞발을 턱-턱, 얹어놓곤 한다. 아마 가끔 손! 하고 간식을 주던걸 기억해서겠지.

가만히 앉아 놀다가도 턱-이 일상이다

또 어떨 때는 냄새를 실컷 맡다가 한쪽 발을 들고 한참을 갸웃거리기도 한다. '어쩌지?' 라는 제스처라는데, 그럴때마다 보이는 호두 발바닥에 혼자 숨죽여 키득거린다.


호두 발바닥은 까맣다. 하지만 쿠션 옆의 연한 살갗은 붉은 빛이다. 초반에 잘 모를때는, 뭐지 다친건가, 뭐지 염증난건 아니겠지 하고 화들짝 놀랬는데, 겉으로 나와있지 않은 살이니 항상 그런듯하다.


가끔 물놀이를 하고나서 발이 흠뻑 젖어있을 때면 그 연한 살이 더 잘 보인다. 말랑말랑하고 약간은 물에 불어 더 연해진 그 살을 만지작 거리면 너는 싫은 듯 밀어내거나 발을 빼곤 하지만,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자꾸자꾸 관심이 간다.


산책하다가도 자기가 마시다 흘린 물을 밟고서, 혹은 진흙바닥을 밟고서 총총총 걸어갈 때 생기는 발자국에 나는 또 쓰러진다. 그 다섯 개의 작은 동그라미를, 곧 없어지는 자국이더라도 아주 많이 좋아한다.

마당에서 구르다 아빠왔다고 내다보러 나간 호두. 발자국이 너무 귀엽다

발자국에는 찍히지 않지만 강아지들은 퇴화한 발가락이 하나 더 있다. 우리의 엄지같은 위치에 있는데, 실제로 발을 디딜 때는 땅에 닿지 않는다. 가끔 누워있는 호두 털을 빗어주고, 다리를 조물조물 주물러주다가 그 엄지 발가락에 손이 닿는다. 너무 꾹꾹 누르면 호두가 싫어하니 쓰다듬어 주는 척 하며 슬슬 문지른다. 손을 뗄 수가 없다.


사람들 사이에도 마음이 통하면, 충분히 친해지면 손을 잡는다. 깍지도 끼고, 팔짱도 낀다. 호두랑 나는 손을 잡고 다닐 수는 없지만, 안겨버릇이 없어 + 사이즈 탓에 안고 있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가끔 내게 건네주는 손, 내가 만지게 두는 발, 그리고 보여주는 발바닥과 발자국에 오늘 하루도 기분이 좋아진다. 평생 벗겨지지 않을 콩깍지 마냥.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