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어떻게 말하는가]를 읽고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궁금한 게 늘어만 간다.
나는 똑같이 신호를 준 것 같은데, 호두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을 때도 있고, 호두가 같은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때도 있다. 때로는 맥락 없이 하는 행동들도 있고, 저걸 가만 놔둬야 하나 혹은 말려야 하나 고민도 된다.
여태까지는 왜 그럴까, 어떻게 하면 네가 더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네가 더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가도 그때가 지나면 까먹어 버리거나, 해봤자 인터넷에 검색하기, 강아지를 키우는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호두의 돌발행동을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혹은 대응할 수도 없다. 갑자기 흥분해서 튀어나가는 호두가 무엇 때문에 흥분한 건지, 언제부터 흥분한 건지 짐작은 하면서도 확신을 가지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그날도 "강아지는 왜 ~~를 할까?"를 찾아보려 검색해보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 심리전문가 스탠리 코렌이 지은 <개는 어떻게 말하는가>.
전반적으로는 강아지들의 몸동작, 짖는 소리, 낑낑대는 소리 등에서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꼬리를 흔든다고 기분이 좋고 상대를 반긴다기 보다니 오히려 흥분해서, 혹은 겁을 먹어서 꼬리를 곧추 세우기도 하는데 그 차이를 강아지의 귀, 표정, 소리에서 찾아서 알려준다.
보다 보니, 호두는 대부분의 경우 다른 개를 만났을 때, 혹은 새로운 상황에서 겁을 먼저 먹는 편이라는 데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책에 그림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비슷한 몸동작이라도 공격적 일 때와 복종적인 몸동작을 나누어 비교해주는데, 호두의 대부분의 몸동작이 복종할 때의 몸동작이었다. 쫄보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이었다니. 더 많은 경험을 편안한 상태에서 하게 해줘야 하는데, 호두가 반응하는 방식에 나도 같이 긴장하고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안 받을지/ 상황마다 너무 과잉반응(?) 하지 않도록 할지 고민하느라고 호두를 오히려 편안할 수 없게 했던 거 아닐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물씬 몰려왔다.
이밖에도 내 예상과 달랐던 이야기들도 꽤 있었다. 나는 집에서 호두와 놀아주다가도, 호두 꼬리가 서있거나 흔들리지 않으면 음, 지루한가? 내가 잘 못 놀아주고 있나?라는 고민을 할 때가 꽤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적당히 꼬리가 내려와 있는 게 편안한 상태라고.
괜히 공도 더 던져봐야 하나 내가 좀 더 즐겁게 해줘야 하나 했던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내 딴엔 내 러브 빔을 받아라! 하는 마음으로 지긋이 쳐다보던 게, 오히려 강아지 입장에서는 권위적이거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요새는 놀아줄 때 아무리 호두가 예쁘고 쳐다보고 싶어도 계속 아이컨택 하기보다는 코 언저리, 이마 등을 골고루 보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유익한 얘기가 꽤나 많고 그림과 예시가 많이 나와서 반가웠지만, 한편으로 소리와 관련된 내용은 좀 아쉬웠다. 소리에 대한 표현이 '컹컹' '캥캥' 등 의성어로 설명되어 있었는데, 사실 구분하기 좀 어려웠다. 소리는 아무래도 좀 주관적이니까, 텍스트로만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겠지 싶다. 이건 내가 좀 더 관찰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추측하고 공부해갈 영역이겠지!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충분히 즐겁고 흥미로웠던 반려견 입문서.
어쨌든간, 최근에 이런 식으로 공부를 좀 더 하고 있다. 아주 전문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하다 보면 언젠간 내가 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내가 너를 위하는 마음이 온전히 너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너를 좀 더 잘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