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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Nov 14. 2018

우리 동네에도 반려견 놀이터 만들어주세요

돈만 있으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자주 가고싶다

집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강아지 놀이터가 있다. 호두가 산책할 때 다른 강아지를 만나면 쉽게 흥분하니, 강아지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낫지 않을까, 싶어 여유가 있을 때는 종종 이 곳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잘 닦여있지만 가기가 쉽지는 않다. 가는데 한 시간, 오는데 한 시간, 노는데 삼십 분 이상을 잡으면 두 시간 반 이상의 여유가 있어야 하고, 자주 가지 않는 길이다 보니 호두가 잔뜩 흥분해 나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놀이터에 가는 길이니, 가는 길 오는 길에 강아지들도 꽤나 많다. 호두는 미리부터 인사를 하고 싶다며 성큼성큼 나를 당기지만, 상대편 강아지 친구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발걸음을 재촉해 놀이터로 들어간다.


때로는 강아지들이 꽤나 많기도, 때로는 별로 없기도 하다. 아무도 없이 텅 빈 놀이터에서 장난감 가져올걸, 후회를 하며 좀 뛰어다니고 있자면 금방 한두 마리 친구들이 오기도 한다. 새로 만난 친구들 (호두는 자주 못 오다 보니 대부분 처음 보는 친구들이다) 이 들어오면 들어오기 전부터 호두는 문 근처에서 냄새를 맡다가, 들어온 친구가 조금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꼬리를 다리사이로 숨기고 도망쳐버린다. 


다른 강아지 보호자분들의 첫마디는 대부분 이거다. 

아이고 순둥이구나,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호두도 다른 강아지랑 별로 못 놀아봤지만, 나도 다른 견주와 별로 얘기해본 적이 없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낯선 말이었다. 나를 매개로 다른 부모님들과 친해진 우리 엄마 아빠의 처음도 이렇게 어색하고 낯설었을까.


그래도 이름도 트고 나이도 트고 하다 보면, 서로의 강아지 이름을 부르면서 친해지기도 한다. 일로 와보라며 같이 뛰기도 하고, 장난감도 던져주고, 간식도 나눠주고. 호두는 자기 사이즈 친구들하고 잘 놀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놀면 되는지 모르다 보니 계속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변을 맴돈다. 그러다가 괜히 다른 견주분 간식주머니를 킁킁, 하다가 한두 점 얻어먹고는 등비비기 애교를 시전. 그럼 다들 빵 터지지만, 한편으로는 강아지들과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못 그러는 상황이 속상하다.


호두는 애교도 겁도 많은데, 질투는 별로 없다. 내가 아무리 다른 강아지를 예뻐하고, 이리 와 보라고 이 친구 너무 예쁘지 않니, 너무 착하지 않니 해도 거리를 유지한 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다. 그나마 강아지 사이즈가 좀 작으면 관심을 보이다가도, 그 강아지가 귀찮다는 듯이 내지르는 왕! 한마디에 꼬리를 숨기고 머쓱하게 도망간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나이가 지긋한, 그리고 호두보다는 체구가 약간 작은 리트리버 친구(?)를 만났다. 굉장히 점잖고, 똑똑한 친구였다. 다른 강아지들이 다가와도 많이 반응하지 않으면서도 침착하게 기다려준다. 같이 에너지를 많이 써서 놀아주지는 않는데, 다가온다고 해도 밀어내지 않는 정도. 그 정도 되니 괜히 호두가 조금씩 장난을 치기도 했다. 


사실 처음 놀이터에 갔을 때는 5분을 채 못 있었다. 먼저 놀이터에 들어와 있던 시바 한 마리가 계속 호두에게 마운팅을 했고, 호두는 너무 무력하게(적어도 내 눈에는) 꼬리로만 간신히 방어를 하고 멍하니 서있었기 때문이다. 도망도 좀 다니다가, 또 잡히면 너무나도 무력하게, 그렇게 서있었다. 이게 실제로 호두의 신체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없었지만, 그리고 강아지들끼리 서열을 정하기 위해 이러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이게 트라우마가 될까,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요새도 가끔 그런 강아지들이 있긴 하다. 그래도 이제는 내 다리를 끼워 넣어 못하게 하거나, 하니면 멀찍이서 호두를 불러서 호두가 내게 뛰어오게 하고 있다. 모든 친구들이 이런 것도 아니고, 강아지 친구들 실컷 만나니, 바깥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나도 금세 진정이 되는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어서, 더더욱 우리 동네 가까이도 강아지 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 우리 동네에도 리트리버도 사모예드도 있는데, 이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고 친해지면 사회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산책길에 매너 있게 산책하는 호두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산책할 수 있지 않을까. 꼭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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