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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Nov 10. 2018

아무 강아지도 위험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그게 바로 보호자의 역할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퇴근하고 운동을 갔다가, 어서 들어가서 호두랑 산책 나가야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 가려면, 역에서 나와서 대로변에 있는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그 앞은 바로 6차선인가 정도 되는 그야말로 대로변. 은행이 잔뜩 떨어져 있는 길이라 조심조심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넷플릭스를 보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작은 말티즈 두 마리였다. 두 마리가 코너에서 쪼르르 걸어오더니 지나가는 사람들 냄새도 맡고, 여기저기 계단 근처에 오줌을 누기도 했다.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묶여있지 않았다. 목줄은 물론이거니와 목걸이 하나도 채워져 있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 강아지 두 마리.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너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니 주변에 주인이 있으면 저럴 리가 없지 않나. 유기된 걸까? 너무 작은 아이들인데? 그런데 유기된 지 오래된 아이 들이라기엔 털이 깨끗했고, 얼마 안 된 아이 들이라기엔 너무 태평해 보였다. 불안한 것도 없이 마치 제 마당인양 여기저기 쏘다녔다.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도 어리둥절해서 그 아이들을 살폈다. 아무도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들 갸웃하면서도 순하고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니 쓱 쳐다보고 지나가거나 아유 귀엽다며 관심을 보였다. 더더욱 불안했다. 바로 옆은 대로변인데. 이러다 사람들을 쫓아가다가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누가 잃어버린 것일까, 찾아줘야 하나, 일단 우리 집에 데려가야 하나,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일단 나보다 강아지를 오래 키운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친구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전화 너머로 발만 동동 굴렀다.


일단 아이들이 차도로 가지 못 하게라도 해야겠다싶어 발을 옮기는 그때였다. 그 코너에 줄곧 서있던 빨간 코트를 입은 아주머니가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이 쪼르르 다가갔다. 그러고 그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문 밖에 놔둔 채 바로 앞의 아이스크림가게를 쓱 들어갔다. 두 마리중 한 마리는 다행(?)히도 문 앞에 서서 아주머니를 계속 쳐다봤고, 한 마리는 다시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주머니는 한참을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포장하다 나왔다. 그러고는 다시 아이들을 불러 저 편으로 가버렸다.


황당했다. 아니 무슨 사고가 나면 어쩌려고, 혹은 실수로 누가 밟기라도 하거나, 혹은 다른 개가 갑자기 와서 시비가 붙거나, 누가 갑자기 홀랑 집어가거나. 온갖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 곳에서 어떻게 저 사람은 저렇게 태평하게, 목줄도 인식표도 아무것도 없이 아이들을 방치할 수 있는지. 아무리 아이들을 믿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더라도, 온갖 외부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 것인지.


이 세상은 위험하다. 사람에게도 위험하지만, 힘 없는 동물들에게는 더더욱 위험하다. 도시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리고 동물들은 거기에 아등바등 적응하여 살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자의 역할은 하나다. 내가 사랑하는 그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다시는, 그 어떤 강아지도 위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위험도, 보호자들이 먼저 보고 조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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