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산책을 위하여
계속 목줄을 채워왔다.
큰 이유는 없었다. 우리 가족 아무도 가슴줄을 채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슴줄이 있긴 했지만 어떻게 채우는 거냐고 물어봐도 모르겠다는 답뿐이었다. 그리고 아빠도, 일부 블로그도 목줄로 먼저 훈련을 시키는 게 맞다고들 이야기했다. 가슴줄을 채우면 훨씬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고, 그렇기 때문에 목줄을 한 상태로 충분히 산책을 시키고 같이 걷는 연습이 되어야 가슴줄을 하고도 잘 다닐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
하지만, 가슴줄을 채우고 싶었다.
산책할 때 마구 달려가는 호두 녀석을 보면 마음이 답답했다. 내가 가는 방향이나 속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멋대로 내달리는 게 속상했고, 본인 목이 켁켁거리는 걸 보는 게 안쓰러웠다. 게다가 목에 계속 자극이 가면 척추에도 안 좋을 수 있다고 하니, 더더욱 걱정이 됐다.
가슴줄을 채워 보기로 했다. 가슴줄과 리드줄을 가지고 마당에 나왔다. 나의 산책 차림과 내 손의 리드를 발견한 순간, 호두는 내게 여유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펄쩍펄쩍 뛰는 와중에, 일단 가슴줄에 익숙해지게 해줘야겠다 싶었다. 가슴줄을 호두 코 앞에 내밀었다. 냄새조차 맡지 않고 내 뒤로 빙 돌아 어서 목줄이나 채우라는 듯 나를 밀어댔다. 땅에 가슴줄을 내려놓아봤다. 관심도 없었다. 호두 발밑에 툭 하고 던져놓으면 무시하듯 나만 쳐다보며 뛰어댈 뿐이었다. 오히려 빨리 나가지는 않고 왜 시간 끄냐는 듯 나를 재촉해댔다. 한동안 실랑이를 하다, 산책하다 힘 좀 빠지면 채워봐야겠다, 싶어 일단은 평소와 같이 목줄을 채우고, 가슴줄은 주머니에 넣고 나갔다.
산책 중 항상 들르는 쉼터 같은 곳이 있다. 산책로 중간에 있는 농구장. 한산한 시간에 가면 사람도 없고, 가로등은 있고, 꽤 넓은 공터다 싶어 거기서 호두를 구르게도 하고 간식도 주고 한참 쉬어가는 편이다. 그곳에서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가슴줄을 꺼내자마자 흥분하기 시작했다. 좀 기다려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냄새도 맡게 해 주고 바닥에도 내려놨지만 펄쩍 뛰며 싫어했다. 어찌어찌 끼워보려 했는데 마음이 다급했는지 잘 되지 않았고, 결국 포기하고 가슴줄을 치웠더니 다시 난리 치기 시작했다. 내가 인내심이, 혹은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그저 호두 심기만 잔뜩 건드려놓아 그날 나머지 산책은 끌고 끌려가고의 연속이었다.
그 후로도 틈틈이 채우는 법을 검색하고, 새 가슴줄을 사줘야 하나 더 좋은 게 있나 찾아봤지만 실상 성공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우리 집에 있는 가슴줄 브랜드를 알게 됐다.
이지워크.
대형견 가슴줄을 한참 검색하다 들어온 블로그 포스팅에 이지워크에 대한 소개와 채우는 법이 나와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 가슴줄은 다리를 끼우는 게 아니라 목과 가슴을 끼우는 것이었다는 걸. 찾아봤던 가슴줄은 다 목을 넣고 다리를 끼우는 거라 똑같이 해봐도 끈끼리 길이가 애매해서 계속 실패했었는데,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던 거다.
이지워크는 말 그대로 쉬운 산책을 도와주는 가슴줄인데, 다른 가슴줄과는 달리 끈을 다는 고리가 가슴 앞에 있다. 그래서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있으면 반대 방향으로 더 내달리려는 개들의 습성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마구잡이로 잡아당겨봤자 본인 방향이 틀어지게 되어 갸우뚱? 하게 만드는 가슴줄.
그걸 깨달은 바로 다음날 아침, 다시 가슴줄을 들고나갔다. 일단 안 보이게 숨겨두고, 아침을 줬다. 아침을 먹는 동안 가슴줄을 꺼내 조용조용 채웠다. 움찔했지만 그새 밥에 집중해서 금방 끼울 수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걸! 호두는 밥을 다 먹고 이게 뭐지 싶어 하긴 했지만, 금방 문 앞에 얌전히 앉아 내가 리드를 들고 나오길 기다렸다.
산책도 수월했다. 나를 잡아당기려는 시도도 거의 없었고, 달려가려다가도 금방 속도조절이 됐다. 반동이라던가 몸에 무리를 줄만한 자극도 크지 않아 보였다. 이 정도만 지속되면 개 공원도 자신 있을 만큼 안심이 됐다.
이지워크 만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