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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Aug 16. 2020

기록도 하고 싶고 관심도 받고 싶고 정보도 얻고 싶어!

어젠 뭘 했냐면요 5: 인스타그램을 했습니다

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세 개다.


하나는 개인 계정이고, 하나는 강아지 계정,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마셨던 음료들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계정이다.


처음 시작은 비공개 버전의 개인 계정이었다.

거창한 걸 올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생활을 올리는 것이다 보니 조심스러워 비공개로 사용했었다. 친구 수락을 받는 기준도 나 혼자 몰래 정해놨었다. 내가 아는 사람일 것, 그리고 포스팅을 몇 개 이상 한, 그러니까 활동하는 계정일 것.

그러다가 굳이 이렇게 꽁꽁 숨길 계정이 사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개로 돌려놔도 굳이 나를 찾아와서 보는 사람은 다 내 지인이겠다는 생각에 공개로 돌렸다. 사실 조금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기도 했다. 가끔 마음에 드는 웃긴 사진을 올렸을 때 하트로 채워지는 쏠쏠한 관심이 꽤 큰 재미였다. 페이스북과 다르게 부모님이나 회사 상사 같은 '어르신'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줬다. 그렇게 한번 안전한 관심에 맛을 들이고 나니, 포스팅에 스퍼트가 붙었다. 오래 쓴 일기장이 뿌듯함과 기억에 대한 저장고가 되어주듯, 인스타그램이 내게 그런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다.


기록과 관심에 대한 욕심이 늘었다. 그래서 두 번째 계정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내 친구여서가 아니라, 내가 올리는 컨텐츠가 좋아서 주는 관심을 받아보고 싶었다.


꾸준한 포스팅을 위해서라면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잘 찾아야 했다. 관심을 위해서는 뭔가 달라야 했다. 그래서 나도 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이미 개인 계정에서도 먹부림 자랑은 이미 잔뜩 하고 있으니 그리고 남들도 맛집 계정은 많이 가지고 있으니 나는 조금 다르게 마실 것에 대해 기록해보자, 싶었다. 나는 커피도 와인도 맥주도 좋아하니까, 기록할 것이 잔뜩 있다고 생각했다.

18년 4월이 마지막 포스팅이라니..!

하지만 매일 맛있는 커피와 와인과 맥주를 찾아 마시는 것이 아니다 보니, 포스팅에 스퍼트가 오를 기미가 없었다. 게다가 음료는 예쁜 잔 예쁜 라벨 없이는 예쁘게 찍기가 어려웠다. 음식보다도 세팅이 더 어려운 느낌이었다. 포스팅이 몇 없으니 당연하게도 관심은 별로 받지 못했다. 금세 흥미가 죽었다. 그리고 계정도 죽어버렸다. (다시 살려보려고 사진을 열심히 모으다가 어떤 맛이었는지를 까먹어서 계속 못 살리고 있는 이 계정, 언젠간 살아날 수 있을까?)


두번째 계정에서 실패하고, 더 이상 부계정을 만들지 말아야지, 하다가 세 번째로 만든 건 강아지 계정이었다.

본캐 계정에 강아지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도 많이 받고, 관심도 많이 받으니 원래는 개인 계정에 강아지 사진들을 올리곤 했다. 그러다가 계정을 분리해서 만든 건 또다시 기록에 대한 니즈였다.

나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모아두고 보니 한결 더 귀엽다!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파일로만 사진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강아지의 아기 때 사진이 궁금해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자동으로 동기화해놓고 보는 수도 있었지만, 그중에 강아지 사진을 발라내기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언제고 이 친구와의 추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옛날에 인스타그램에 올려뒀던, 혹은 클라우드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던 사진들을 끄집어내서 차곡차곡 시간 순서대로 새로운 계정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라인 앨범이 완성됐다.


이제 내게 인스타그램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수단과 기록의 수단을 뛰어넘어 검색의 수단이기도 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매일 날씨에 맞춰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될 때는 #OOTD를 검색하고, 어디 가서 무슨 메뉴를 시켜야 할지 어디에서 어떤 흥미로운 행사를 하는지까지 대부분의 정보를 인스타를 통해 접하고 있다. 때로 친구들이 네가 올린 어디 너무 좋아 보여서 가봤어, 라는 얘기를 할 때면 내가 꽤나 괜찮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혹은 네가 올린 강아지 너무 귀여워, 할 때는 좋은 엔터테이너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자기만족을 위해 올린 콘텐츠로 남이 만족하는 걸 보면서 다시 자기만족이 되는, 이상하고도 신기한 순환고리.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순환고리안에 들어있다는 안정감과 받는 관심이 때로는 큰 위안을 준다.


아, 다음 포스팅은 뭘 해서 관심을 받아보지! 다음엔 인스타에서 어떤 멋진 곳을 찾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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