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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Sep 20. 2020

하타 요가가 좋은 이유

어젠 뭘 했냐면요 10: 요가를 했습니다

작년 사월부터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쉬탕가, 빈야사, 인 요가, 테라피요가 등 여러 종류의 수업을 하는 곳이었지만 그중 단연 나의 최애는 하타요가.


선생님 중 사실 모든 요가가 하타요가의 범주라고 설명해주시기도 있었는데, 아무튼 나는 한 자세에서 오래 머무르는 하타요가가 좋았다. 흘러나오는 음악의 플로우에 맞춰 끊임없이 몸을 데우는 빈야사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순서를 외우는 재미가 있는 아쉬탕가도, 몸에 긴장을 풀어내는 인요가도 다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 1등은 하타였다.


하타 요가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 매번 새로운 동작을 해서였다.

다음에 무슨 동작을 취할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빈야사나 아쉬탕가와 달리, 하타는 미리 다음 동작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내가 다닌 요가원의 하타요가는 그날의 테마가 있는 편이었다. 골반을 열어주는 날, 어깨를 펼쳐주는 날, 다리 뒷면을 늘려주는 날 등. 그리고 테마에 따라 메인 동작이 정해지는데, 동작의 종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자세를 해보게 될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오늘도 새로운 자세를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과, 이전 시도에서는 실패하던 동작을 성공하게 되는 날 다가오는 큼직한 성취감이 대단하다. 특히 성공하고 가장 기뻤던 자세는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팔 힘이 없는 건지 도무지 상체를 들어 올리는 게 안됐는데, 요가 선생님이 손 위치에 대한 자세한 가이드를 해주신 어느 날 갑자기 번쩍 들어 올라가더라니까! 의심의 여지없이 명확하게 보이는 성장의 기쁨이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윗 몸을 들어 올리는 게 그렇게 어려울 때가 있었더랬지!


한 동작에서 긴 시간을 머무른다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온다.

솔직히는 고통스럽기도 하다. 짧아져있던 근육들을 늘리거나, 뒤틀려있던 자세를 다시 잡는 인고의 시간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적어도 이 자세에서 오는 아픈 감각마저 무뎌질 때까지 버티고 있자면 다른 곳의 감각이 살아나고 집중력은 깊어진다. 지금 이 부위에 이런 자극이 오는 것이 맞는지, 내가 마땅히 힘을 줘야 할 곳에 주지 않고 기대지 않아야 할 곳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숨은 충분히 깊게 쉬고 있는지가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만이라도 교정해나갈 때 차오르는 뿌듯함이 있다. 좀 더 안정적으로 몸을 받쳐주는 어깨 근육과 이전보다 펼쳐진 등허리가 느껴질 때 스스로를 다시 한번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달까. 이래서 요가가 좋았고, 특히 하타 시간을 기다리곤 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요가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 박혀 쳇바퀴 돌듯 살았더니 이런 재미를 한동안 잊고 있었다. 무기력함에 빠져들 즈음 올해가 어떻게 갔는지, 작년에 세운 올해 목표를 살펴보다 머리 서기를 발견했다. 그렇게 어려운 자세를 어떻게 하냐며 시도도 않다가, 9월 1일 매트를 깔아놓고 몸을 서서히 세웠다. 왜 그전까지 그렇게 겁을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생각보다 수월하게 올라갔다. 

머리 서기의 키는 서두르지 않기였다. 몸을 빨리 세우고 싶다는 조바심에, 혹은 금방 떨어질 거란 겁이 나서 호로록 몸을 급하게 올리려고 하면 등 전체로 철퍼덕 떨어져 버리는 게 당연했다. 적당한 팔 간격, 단단한 지지, 정확한 머리 위치 선정부터 시작해서 내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흔들릴 땐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조금 더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해가며,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하는 거였다.

아직 이렇게 일자를 만들고 있지 는 못하지만, 곧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급하게 돌진하기보다는 제일 코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지 않으면 몇 번이고 시작점으로 되돌아왔다 다시 가야 하는 일들이 있다. 중간 점검이 필요하고, 요가하는 내 자세를 촬영해서 복기하는 것처럼 객관적인 자가진단이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꾸준히 하면 분명히 달라지고, 겁만 내기보다는 일단 해보는게 중요하다.


이런 마음과 함께 나의 머리 서기 프로젝트는 아주 순항 중이다. 사실 처음 세운 10월 1일까지의 목표는 30초 버티기였는데 이미 지난주에 달성해버렸다. 이럴 때는 또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된다. 이제는 정확한 자세와 안정적으로 내려오는 연습을 해야지. 혹시 이것도 금세 달성한다면 변형 동작도 해봐야지. 차근차근 내 몸을 더 단단히 만들어봐야지.

즐겁다 즐거워,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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