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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녕 Dec 06. 2022

어느 날부터 야구에서 국뽕이 사라졌다

카타르 월드컵을 열렬히 시청하는 야구팬의 소감

한국과 브라질의 월드컵 16강 전이 열렸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앞선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라는 팀과 한 조가 되었다. 모두 쟁쟁한 팀이라 16강 진출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은 축구협회와 감독이 욕을 먹고 끝나겠구나 뻔한 결론이겠지. 하지만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첫 경기를 보는 순간 한국 팀의 실력에 깜짝 놀랐다. 공을 뺏기지 않는 기가 막힌 패스의 흐름,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기 위해 쌓아가는 전개까지... 손흥민, 황의조 같은 해외파 선수에게 당연히 의존적이라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코찔찔이 시절 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던 초등학교 동창이 오랜만에 모인 동창회에서 외제차를 타고 나타난 느낌이 이런걸까. 우물 속에 갇혀 있는 한국 야구와 달리 한국 축구는 때깔이 확연이 달라져 있었다.


16강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 때문은 아니었다. 언론과 댓글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와도 벤투 감독은 일관된 방향으로 팀을 이끌었다. 무려 4년 동안 이 월드컵만을 위해서. 그 결과지를 처음 받아드는 첫 우루과이 전에서 마침내 증명해보인 것이다. 한국 축구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빌드업 축구'라는 일관적인 색깔과 철학이 있는 팀이라고 말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국가대표라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리'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축구 이야기를 꺼내면 K리그보다는 국가대표팀이나 해외파 선수들이 주요 지분을 차지한다. 그들의 전설적인 경기력, 국뽕이 차오르게 하는 대표팀에서의 헌신적인 모습,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가끔은 희생적인 역할까지...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롤모델로 삼는 선수들과, 그들의 영웅담이 입에서 입으로 널리 퍼진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얼만큼 열정적으로 훈련을 하고, 국가대표팀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내며 전국민을 국뽕을 차오르게 했는지 '프로페셔널' 그 자체이다.


반면 최근의 야구 국가대표팀은... 음... 점점점...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결과 때문 만은 아니었다. 야구 선수는 팀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위해 '차출된', 어쩌면 열한번째 구단 같아보였다. 대표팀의 철학에 따라 외국인 감독을 기용하는 축구협회와 달리 야구는 정해진 몇 명의 감독 풀에서 돌아가면서 맡는다. 


'국가 대표'라는 자부심을 뿜어내던 선수가 얼마나 있었을까. 사실 몇 명 기억나지 않는다. 야구의 WBC는 월드컵에 비해 세계적인 위상이 있지 않아서일까. 야구를 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야구는 한국에서 오히려 축구보다 국내 리그 관중 수와 팬도 많지 않는가.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야구와 축구의 단적인 차이를 느낀 계기가 있었다. 해설자의 라인업이었다.

SBS 박지성, MBC 안정환, KBS 구자철 선수 - 모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끊임 없이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후배들을 독려하며,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커리어로 증명하고 있다. 야구의 레전드는 어디에 있는가...?


현장에서 후배를 양성하는 지도자를 제외한다면... 

야구의 레전드가 한국 야구를 위해 어떤 말과 행보를 걸어왔는가?


물론 몇몇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아니다. 레전드라고 해서 한국 야구에 대해 특정한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협회에서는 국가대표를 브랜딩해서 국민들에게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관중들이 야구장에서 마시고 먹고 놀며 하나의 여가나 흥을 돋구는 존재처럼 생각하더라도, 협회는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집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벤투 감독은 일관적인 빌드업 축구를 지향하며 4년 동안의 훈련을 거치고 마침내 월드컵까지 도달하였다.

야구라는 스포츠야 말로 전략과 전술, 철학이 잘 통할 수 있는 스포츠이다. 야수/투수/포수가 함께 움직이지만 축구보다는 각 포지션이 독립적으로 경기를 수행한다. 갑작스러운 외부 변수 개입이 적은 스포츠이다. 그래서 '사이버메트릭스'라며 데이터 야구가 중요하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은 국가대표나 야구 철학 등등 수준 높은 이야기를 꺼낼 여유조차도 없다.

기본적인 선수들의 일탈이나 행실에 대한 관리가 전혀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화 하주석 선수는 이번 시즌 경기를 치르는 동안 경기장에서 야구 배트와 헬멧을 집어 던지며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하였다. 반성한다고 하더니 이제 시즌 끝나고 음주운전을 한다. 이런 선수를 협회나 구단에서 방출 정도 세게 징계를 내려야 다른 선수들이 정신 차리지 않을까. 야구 선수가 사회면에 너무 많이 등장한다. 이쯤 되면 사람들이 야구 선수는 잠재적 범죄자로 알지 않을까.


선수와 협회로부터 야구라는 종목 자체의 열정과 애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

김연경, 김연아, 박지성, 손흥민, 장미란 등 다른 종목을 보면 이 종목에 대한 애정과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뿜뿜하는 레전드가 정말 많다.


가까이는 기아 타이거즈의 양현종 선수를 보면,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경기가 끝나고 연습을 열심히 한다. 팀 분위기를 돋구고 팬 서비스를 잘 하기 위해 호랑이담요 세레모니 아이디어도 내며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이렇게 '진심'인 선수들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


다음 국가대표 야구 경기에서는 나도 '국뽕'이라는걸 느끼고 싶다.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프로페셔널하고 국가대표 자부심이 가득한 국가대표팀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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