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는 이혼 후 자신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고자 맛있는 음식과 영성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계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의 독백, 다양한 인물의 대사들, 공감 가고 담아두고 싶은 것들이 가득했지만, 유독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자신에게 찾아온 혼란스러움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신을 찾던 장면.
‘하나님 계세요? 드디어 만났군요. 안타깝게도 당신과 직접 대화한 적은 없지만 지금이라도.. 이건 말하고 싶어요. 그동안 당신이 주신 축복에 감사드리고 제 삶도 감사해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말 좀 해주세요. 어떻게 하라고 아무 말이나 해줘요. 제발 도와주세요. 말씀만 하시면 다 할게요.’
많고 많은 장면 중, 유독 이 장면이 내 마음에 남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과거의 내가 겹쳐 떠올랐기 때문이겠지. 과거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갑작스레 찾아온 우울과 불안 속에서 정처 없이 헤매며 방황했다. 방 안에 홀로 남아 나를 원망하며 세상을 원망했다. 나 자신이 지나가는 개미만도 못하게 느껴져 작은 희망이라도 찾아보겠다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다. 마음공부를 하며 내 안의 상처받은 나를 마주하며 많이도 울었다. 굽이굽이 산 넘기를 하듯, 나에게 찾아온 고통과 시련 앞에서 스스로 힘을 내 넘어지고 다시 서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내 삶을 지탱해가던 서른 무렵, 또 한 번의 이별을 겪고 상심에 젖은 나는 신을 찾아갔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살려주세요 제발. 아니면 죽을 용기를 주세요.’
나를 사랑하며 내 삶을 잘 살아내고 싶었는데, 생각만치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괴로웠다. 고통 앞에서, 지독한 고독 앞에서, 삶의 무의미 앞에서, 거대한 자유와 책임 앞에서 낙담하고, 좌절하다 결국에는 나의 나약함 앞에 무릎 꿇고 ‘무언가’를 찾았다. 그 ‘무언가’가 나에게는 ‘하나님’이었다.
‘신을 믿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신 앞에서 그저 고요하게 기도하고 내 삶의 평온을 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나님을 믿으며 말씀대로 사는 삶의 무게를 느낀다. 의지를 가지고 기꺼이 실천하며 사는 삶. 때때로 아무 생각 없던 과거의 내가 그립다. 하지만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돌아갈 수도 없겠지.
신을 믿고 따르리라는 결단을 내리고서야 비로소 내 안의 무력감, 공허함, 두려움, 자기 연민 그것들을 떨칠 수 있었다. 더불어 확장되는 나를 경험한다. 예전에는 상상 못 할 감사, 용기, 관용, 사랑, 평화가 내 삶에 있구나 느낀다. 그 속에서 또 넘어지고 균형을 잃지만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나를 발견한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내게 오는 고통과 시련마저 기꺼이 감내해 성숙으로 승화시키는 것.
작은 일상이지만 일상 곳곳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그랬던 것처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이 삶을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