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접한다.
자신이 원하는 책이름을 말하고서 애잔하지만 잔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 원하는 책을 찾고, 서가에서 가져와, 대출하기까지 모든 것을 누군가 해주기 바라는 듯한데, 아마도 의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나의 대답은 듣지 않는 사람, 묻는 동시에 행동을 해버리는 바람에 나의 대답이 무용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사람. 아마 일상생활에서 일방향,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와 대조되는 큰소리로 ‘대출해주세요.’, ‘반납해주세요.’, ‘이 책 어디 있나요?’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사람. 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인걸까? 괜스레 내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은 왜일까?
소리 없이 도서관에 입장해 조심스럽고도 쭈뼛쭈뼛한 태도로 책과 학생증을 건네는 사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조심하는 듯해 보이지만, 과한 조심성 혹은 소극성에 나마저도 조심스럽게 책을 건네고 받아야 할 것 같다.
도서관을 처음 이용한다며,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이용방법을 묻는 사람. 절차, 규정을 중시하며 폐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일까? 짐작해본다.
같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행동방식을 보이는 이들을 마주하며 종종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관찰한다.
아무튼,
‘책 대출반납, 프린터 사용’ 이 단순한 일에도 사람들 행동이 가지각색인 것을 보며, ‘역시나, 사람은 참 재밌어.’ 생각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상담자의 뜻을 안고(뭐 다른 연유도 있겠지만?) 상담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이니, 상담자라고 다 같은 상담자가 아닌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거기다 상담을 하고자 하는 의도와 동기도 다를 것이고, 집중해서 전공하고자 하는 상담 이론도 다를 것이니, 과연 세상에 상담자라고 하여 같은 상담자가 있을까? 싶다.
(막연히 상담자라면 이래야지 하고 덧씌워 버리는 이미지에 한 인간으로서의 개별성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항상 진리라 여기는 것,
100만 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만 개의 세계가 있다는 것.
상담자도 이러한데, 내담자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역동을 다루는 상담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사람이 하는 종합예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상담현장에서, 내담자가 상담자와 맺어가는 관계패턴은 내담자가 맺는 전반적 관계패턴의 축소판이라고 이야기한다. 더욱이 상담실에서 보이는 내담자의 작은 언행, 표정, 말투로 그 사람의 삶을 유추해보거나 짐작해볼 수 있을 터인데, 상담실이 아닌 도서관에서 이것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나름 지루하지만 또 나름 재미있는 일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