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질투

by 이도원

700매가량의 소설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거의 일 년 가까이. 쓰다가 말다가 잇다가 수정하다가 지우는

지난한 과정.


거칠고 혼란스러운 전개가 문제일까.

인물에 대한 탐구와 파악이 덜 되었던 때문일까.

오로지 한 인물의 개방성, 그리고 몇 개의 극적인 사건들로 장편소설을 쓰려고 했으니

나는 얼마나 오만했던 것인가.


한계를 인정하자, 그러나 그래도 어디까지 가보자, 하면서 커피를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럼에도 자기혐오와 자책으로 괴롭다.


다 쓰고 난 상태라면 얼마나 좋을까. 천재작가처럼 취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질투에 휩싸일 때면 떠오르는 한 여성작가가 있다.


'나는 글쓰기를 증오한다. 나는 이미 다 쓴 상태를 사랑한다(I hate writing, I love having written.)'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으로 가장 잘 알려진 여성 작가.

미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이다.


얼마나 많은 증오와 사랑을 냉온탕처럼 반복했을까.

물론 다 쓴 상태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명언을 날리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 여성작가에 대한 질투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괴로움에 질투까지.


질투라도 해서 완성하면 얼마나 좋을까.

다 쓴 상태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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