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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Mar 15. 2022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관점

지식이 재산이 되는 세상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관점

■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나는 시장의 가격을 신뢰하는 편이다.


대학생이 되며 자취를 시작했고, 수많은 부동산들을 옮겨 다녔다. 하숙에서 원룸, 아파트까지 다양한 주거 형태를 몸소 체험했다.


한정된 예산에 싸고 좋은 원룸을 구하기 위해 고민하며 시장의 생리를 어렴풋하게나마 습득했다. 전문가가 바라보는 시각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시장에 참여한 경험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참여자들이 가격을 형성한다. 매수인과 매도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가격을 결정하며,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부동산 시장에도 기능한다.


그리고, 부동산은 다른 재화들과 달리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 부동산을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교통이 발달한다.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지만, 정책과 규제가 바뀌고 시장 참여자의 선호도가 달라지는 변화에 민감한 특징도 있다.


'역에서의 거리'는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1차 함수의 핵심 변수이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매물은 지하철역과 먼 곳보다 많은 수요를 발생시킨다. 역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집 매물보다 100m 앞에 있는 매물의 가격이 비싸다. 역세권에 위치한 집에 사는 주거자는 조금 더 늦잠을 잘 수 있고, 쉽게 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시간과 편의성이라는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다. 부동산에서 좋은 위치는 끊임없는 수요를 발생시키는 요소이다. 


그리고, '건물의 연식'도 중요한 요인이다. 보통은 신축이 구축보다 선호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축이 구축이 되며 인기를 잃어가나, 재개발이라는 히든카드는 구축의 선호도를 높이기도 한다. 건물의 연식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두 번째 함수이다.


'건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 같은 평수의 부동산이라도 아파트인지, 오피스텔인지, 빌라인지, 원룸인지에 따라 다른 가격 분포를 가진다. 주차 공간이나 커뮤니티와 같은 부대 요소와 편의성이 건물의 종류별 가치를 형성한다. 


부동산의 가치는 채광과 층수, 보안시설, 건설사 브랜드 등의 다양한 변수가 종합적으로 만나 탄생하는 N차 함수이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가치를 부여하고, 시장 참여자의 선호도와 취향을 반영하여 객관화된 균형점을 찾게 된다.



■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관점: 활용 가능성과 수익의 가치


지식재산(IP)을 바라보는 시선도 부동산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보이지 않는 자산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요소들이 숨어 있다.


지식재산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첫 번째 함수는 '내 사업과의 관련성'이라는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역세권 부동산이 높은 가치를 가지는 것과 같다.


내 사업이라는 지하철 역에서 가까운 지식재산의 가치가 높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과 같은 환승 요충지는 사업의 핵심으로 더욱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낸다.


매출에 기여하는 지식재산, 사업의 핵심과 가까이에 있는 지식재산이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낸다. 


네이버의 사업별 매출을 살펴보자. 네이버는 2021년 서치 플랫폼 3조 2905억, 커머스 1조 4751억, 핀테크 9790억, 콘텐츠 6929억, 클라우드 3800억의 사업별 매출을 올렸다. 


비검색사업 비중이 50%를 넘은 의미도 있지만, 각 사업 부문과 관련이 높은 지식재산들이 높은 가치를 가지며, 이들이 반영되어 기업 가치를 높인다. 매출과 직결되는 서치 플랫폼과 관련된 지식재산의 가치가 비검색사업의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네이버는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연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KR 2373595 B1)"과 같은 특허들로 검색 사업을 보호하고 있다. 기업의 매출에 기여하는 핵심 기술에 권리를 획득하여 기업의 무형의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검색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원할수록 지식재산의 가치는 높아진다.


네이버의 등록 특허(KR 2373595), 출처: 특허청 키프리스



지식재산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두 번째 함수는 '지식재산의 수명'이라는 시간 변수에 의해 정의된다. 신축이 구축보다 선호되는 이유와는 조금 다르다.


지식재산의 가치는 이를 권리로 보호받으면서 완성된다. 지식재산권이라는 권리의 속성이 지식재산의 수명을 결정한다. 지식재산권의 대표 주자 특허를 통해 살펴보자.


특허권은 최장 20년간 보호되는 권리이다. 국가가 시장을 독점하는 힘을 제공하지만, 권리의 수명을 강제적으로 정해두었다. 20년이라는 마감기한이 다가올수록 특허의 가치는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지식재산은 하나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다. 유행에 따라 기술과 제품의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식재산의 수명은 기술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결정된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없으면 지식재산의 가치는 사라진다. 특허의 가치는 기술의 수명에 연동되는 특징이 있다.


제품 라이프 사이클, 출처: Marketing Insider


지식재산권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다.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의 종류에 따라 융복합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지식재산은 기업의 서비스 분야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도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네이버의 사업 핵심을 보호하는 검색 특허가 다른 제조업 분야인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에게는 큰 효용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 지식재산을 바라보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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