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상표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 상표의 마지막 순간, 불사용 취소심판
대부분의 지식재산(IP)은 '창작'을 통해 탄생한다.
가수들이 발매한 노래, 화가들이 그린 그림, 작가가 쓴 글은 모두 고심 끝에 만들어진 창작물이다. 지식재산(IP)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가 발전한 이유도 창작자의 노력을 인정하기 위해 사회의 합의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표절과 모방은 창작자의 열정을 식게 만든다.
지식재산은 4차 산업 시대의 중심에도 자리 잡고 있다. NFT를 활용하여 원본 데이터와 위조 데이터를 판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제안되었다. 지식재산(IP)의 원저작자의 노력을 지키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합쳐지며 NFT를 활용한 NFT-IP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진전되고 있다.
세상은 지식재산을 하나의 자산으로 지켜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준비해두고 있다.
그리고, 지식재산(IP)은 창작자가 만들어낸 창작물뿐만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샤넬(Channel)을 보고 명품 가방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도 기업이 가진 자산이 된다.
샤넬, 에르메스가 되고자 하는 패션업체는 너무나도 많지만, 영광의 자리에 쉽게 올라서기까지 많은 노력과 행운이 필요하다. 명품이 가진 브랜드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수천억 원을 넘는 고부가 가치를 형성한다.
누군가 '샤넬'을 모방하여 '셔넬'이라고 브랜드 이름을 바꿔 활용한다면 그 피해는 소비자(Consumer)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브랜드를 지키는 도구로 세상에는 '상표(Trademark)'가 필요하다.
기업의 브랜드를 보호하는 상표, 어떻게 탄생할까?
상표는 '선택'과 '마케팅 전략'의 조화로 탄생하게 된다. 크리에이터가 고심하여 영상을 만들어 내거나 작가가 글의 쓰는 창작의 노력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상표를 '선택'한다는 것은 일상 속의 단어들이 브랜드 명칭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말한다.
"애플(Apple)"은 사과라는 의미를 가지는 단어이고, "아마존(Amazon)"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브라질의 한 지역의 지명이다. 이제는 포털 검색창에 애플과 아마존을 입력하면 빅 테크 기업들이 최상단에 노출된다.
스티브 잡스가 "망고(Mango)"를 선택하거나, 제프 베조스가 "강릉(Gang-neung)"을 선택했다면 브랜드 이미지는 또 달라졌을 것이다.
'배틀그라운드(Battle Ground)"와 같이 일부 단어를 결합하여 기업의 이름을 정할 수 있다. 기업은 쉽게 발음되는 명칭, 브랜드 가치를 함축하는 도형 등과 같은 마케팅 요소를 고려하여 상표 사용자의 선택으로 탄생한다.
이제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된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에도 수많은 상표들이 숨어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의 국문명칭이나, '배그'와 같은 약칭, '치킨이닭!'과 같은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하나의 문장도 하나의 상표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한번 등록된 상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상표권자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특허의 사용기한은 최대 20년이지만, 상표는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다. 먼저 상표를 등록한 사람에게 선택권이 생긴다. 상표권을 통해 여러 세대를 이어가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식재산 제도는 권리자의 견제 장치를 두었다. 문어발식의 상표 선점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기업이 레스토랑업에도 상표를 등록해두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상표가 필요한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없다.
"치킨이닭!"에 상표를 등록해두었는데,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오리이덕!"과 같은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상표를 계속 보호해줄 근거가 약해진다.
상표권자가 등록된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표 불사용 취소심판'이라는 제도를 통해 실제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 상표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
실제 사용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만 보호해주겠다는 균형 잡힌 시각이 제도의 원동력이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기회를 열어주게 되는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