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호 변리사]의 지식재산 이야기
명품은 관리가 필요하다 - 지식재산(IP)과 명품
신세계 인천 랜더스 야구단에 새롭게 합류한 추신수 선수가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후배 이태양 선수에게 명품시계를 선물한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이 아끼는 등번호를 먼저 양보한 후배를 위한 고마움의 마음도 있지만, 시계를 선물하는 메이저리그의 문화, 한국으로 복귀한 추신수 선수의 인기, 그리고 선물한 시계가 수천만원에 상당하는 명품이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이슈의 파급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변리사로서 매일매일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을 다루는 업무를 하다보니, 명품시계 선물 소식을 듣고서도 IP 이슈들을 떠올리게되는 직업병이 도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최근에는 관세청의 요청으로 인천공항세관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의 상표권 침해 현장감정을 진행하였는데, 수많은 모조품이 세관 당국의 레이더망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소식이면서도 권리자들도 브랜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신경써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명품을 보호하기 위해 권리자들이 지식재산(IP)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자동차, 가방, 시계 등 다양한 분야의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 이외에도, 어렵게 쌓아온 명성을 유지하는데에도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브랜드(Brand)의 가치와 명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적 가치이기 때문에 타인의 모방품에 의해 쉽게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단순히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패러디하여 '루이비통닭'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루이비톤', '르이비통' 등과 같은 모조품을 양산하는 경우에는 브랜드 가치가 손상되는 것은 자명하다.
조금 더 나아가, 온라인을 통해 '루이비통' 제품을 모방하는 제품을 유통하는 경우에는 명품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거나, 정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낮은 품질의 모조품이 판매되면 수십년간 어렵게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도 손상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전문용어로 '저명상표의 희석화(dillus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상표의 희석화'로 인해 제품의 식별력이 약화되거나 이미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은 명품 브랜드에서는 특히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기업들은 다양한 종류의 지식재산(IP)를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나 제품의 명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상표(Trademark)로 권리를 획득하여야 한다. 10년마다 갱신하기만 하면 해당 사업을 지속하는 동안은 기간의 제한없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상표는 '표장' 이외에도 '상품'도 고려하여야 하므로, 수요자의 인식도와 사업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호받을 권리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명품의 경우에는 판매하고 있는 제품(예: 시계)과 다른 제품(예: 책상)에서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이러한 영역까지 보호하기 위하여 IP 획득과 관리에 사용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가방이나 시계 등의 제품의 디자인이 독창성을 가지는 경우에는 디자인(Design)에 대한 권리를 별도로 획득할 수 있다. 디자인권은 제품의 외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개개의 제품의 특징적인 요소가 반영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명품 가방이 인기를 얻게된 이유가 독특한 문양이나 패턴에 의한 것인 경우나 손잡이의 형상이 심미감을 가져다 주는 경우 등 다양한 요인을 권리화 포인트로 하여 디자인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모조품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수익을 얻는 경우 판매자의 수익을 회수하거나, 모조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도 지식재산권(IPR)에 기초하여 수행된다.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타인의 모방상표에 대해 상표 사용을 금지하거나, 상표 등록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상표법 제34조제1항제12호, 상표법 제108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제1호 등)
상표법상 상표권자는 자신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상표법 제108조), 모조품의 판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할 권리도 인정하고 있다(상표법 제109조).
설령 상표법으로 보호받는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자신의 상표를 보호받을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상표를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상표권을 획득하지 못한 범위에서도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타인의 상표를 사용 금지시킬 수 있으므로, 다양한 방법으로 모조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저지시킬 수 있게 된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제1호 등)
직접적으로 권리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권리자는 강력한 지식재산권(IPR)에 기초하여 협상력을 향상시키거나, 자발적으로 모조품 판매를 멈추게하는 동력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해외에서 제조되어 한국으로 유통되는 모조품에 대해 통관 과정에서 발견하여 통관을 저지시킬 수 있다.
권리자는 세관 당국인 관세청에 상표권, 디자인권, 저작권, 특허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신고하여 국내로 수입되는 모조품의 통관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지식재산권통합정보관리시스템(IPIMS)을 운영하며 지식재산권 침해가 의심되는 제품의 통관을 보류하고 유치할 수 있으며(관세법 제235조 등), 최근에는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협력하여 다양한 모조품을 적발하고 있다.
실제로도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모조품이 많이 제조되어 수입되고 있으므로, 명품 업체로서는 관세청에 지식재산(IP)을 신고하여 국내로 유통되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제도이다.
브랜드(Brand)의 가치와 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지식재산(IP)의 권리자의 입장을 살펴보았는데, 소비자가 모르는 곳에서 이러한 노력과 비용 지출도 있다는 것을 한번쯤 소개하고 싶었다.
명품의 경우에는 모조품 판매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에 집중적으로 IP를 관리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제품/서비스를 런칭하는 입장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는 IP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모조품을 막을 수 없다면,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