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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인호 변리사 Aug 02. 2021

경쟁 사회, 선착순이 필요한 순간

펭수와 덮죽집을 괴롭힌 '선출원주의'란 무엇인가?

"백신은 12시부터 선착순으로 1000명에게 제공됩니다."


대학교 수강신청, 명절 기차표, 한정판 나이키 신발 판매까지 우리에게 선착순 제도는 나름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쟁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선착순 제도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느린 사람들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빠르게 행동한 대가로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것이다.


아파트 청약이나 백화점 경품 행사에서는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수만 명이 몰려드는 경쟁 속에서 조금 더 빨리 움직였다는 이유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조금은 덜 공정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 사회에서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지식재산 제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선착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여러 명이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 가장 먼저 상표출원을 한 사람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누군가 "BTS" 상표를 사용하고 싶다면 특허청에 가장 먼저 상표출원을 하면 된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유명 아이돌 그룹이 먼저 "BTS" 상표를 사용하였는데, 일반인이 "BTS" 상표를 먼저 출원하여 상표권을 획득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룰일까?'라는 질문이다.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선착순이 필요하지만 룰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로 상표를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룰을 변경한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아이돌 그룹의 데뷔 한 달 전에 대박을 기대한 매니저 A가 자신이 먼저 "BTS" 상표를 사용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경쟁 기획사 B에서 자신들이 1년 전부터 "BTS" 상표 사용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상표출원 모두에 대해서 실제 누가, 언제 사용하였는지를 판단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각 당사자들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 특허청의 판단에 각 당사자들이 승복할지도 의문이다.


지식재산 제도는 선착순 방법을 채택하고 있지만, 누가 권리를 획득할지를 보다 쉽고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룰을 설정하였다.


바로 특허청에 가장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대로 메달이 결정되는 것처럼, 특허청에 서류를 제출하는 순서대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SBS 골목식당에 출연한 포항 덮죽집의 '덮죽', 그리고 TV 조선의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가수 영탁과 막걸리 제조사의 '영탁' 모두 상표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당사자들보다 먼저 상표출원한 출원인들과 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선착순을 강조한다면, 포항 덮죽집과 가수 영탁은 상표권을 뺏길 수밖에 없다. 


나아가, 상표권자가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자신의 상표를 사용하고도 막대한 금액을 손해배상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선착순 제도는 공정한 룰을 설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룰을 다시 정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먼저 상표를 사용한 사람에게는 권리를 획득하지 않더라도 사용권한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상표를 모방하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제재를 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방지하는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추첨 방식으로 상표를 인정하는 것보다, 조금씩 룰을 수정하여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선착순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식재산 제도는 다양한 장치를 두어 선착순 제도의 취지를 살리며 부작용들을 방지하고 있다.


경쟁 사회에서 공정한 룰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복잡한 룰을 정하게 된 것은 조금 더 공정한 규칙을 정하기 위한 노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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