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운전하기 1

할 수 있다면 하지 마세요.절대로

클래식한 시트로앵, 길 양 쪽 초록색 밀밭이 가득한 시골길을 창문을 한껏 열고 달리는 상상으로 시작됐다,

내 고난의 하루는.

여행 시작전에 제일 주저하면서 그려봤던 파리에서의 운전은 오로지 저 한장면에서 시작됐다.

마네의 정원에서 수련 연못을 보고, 다음날 오랑주리에서 수련 연작을 보는게 여행 계획이었다.

9박10일은 짧지 않았지만 매번 여행을 시작하고 계획을 짜면 항상 촉박하기만 한 일정에 마네의 정원과 고흐가 마지막을 보낸 오베르쉬르와즈까지 하루의 일정속에 구겨 넣다보니 차를 이용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거기에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길 운전에 대한 로망까지 이룰수 있다니.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꼭 들어맞게 샹제리제 거리 역시 여행자의 눈으로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는, 무한 회전 루프로 여행지의 생동감을 줬다면 ,

운전자로 그 한자리를 차지하는 순간엔  차갑게 등줄기에 땀방울을 흘리며 될대로 되란 식으로 원의 제일   안쪽에서 바깥까지 기를 쓰며  본네트를 들이미는,  가진적 없던 끼어들기의 신공을 발휘하게 된다.

한국에선 회전교차로가 흔하게 마주할수 있는 공간이 아니지만, (최소한 내가 사는 중소도시에선 그랬다)   파리에선 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숙소는 샹제리제 거리에있는 호스텔이었고,  그곳에서 가까운 렌트카 대리점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개선문  가까운 골목에 있었다.

 어딜 가든 출퇴근 시간을 피해야 했기에 7시30분 첫 예약으로 렌트를 했고 타지에서의 운전이라    

풀커버 슈퍼보험으로  예약했다.

경찰서에서 국제면허증을 발부 받는 것으로 한국에서 할 일은 다 끝냈고 파리에 도착해서도 예약한 날         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한국에서도 서울같은 대도시에선 운전을 해본적이 없었고, 사실 고속도로도 타본적이 없는 ,  중소도시 시내 주행에 특화된 운전자라 민폐가 되지 않을까...고민했지만  초보일수록 진심인 법.

언제 밀밭 가득한 프랑스 시골을 달려보겠는가..싶어 결국 새벽 일찍 렌트카 대리점으로 향했다.

나름 계획은 있었다.

일단,출발전에 한국에서 고속도로 첫 운전부터 시작했다.

유튜브로 파리, 유럽 렌트카 여행 동영상을 봤고, 인터넷으로 프랑스 교통법규를 찾아봤다.

1차선은 무조건 추월차선, 오토바이가 고속도로에서 주행하고,,2,3차선 사이는 오토바이가 있으면 비워주고 상황에 따라서 1,2차로 ....뭐 암튼 그당시엔  많은 걸 숙지했다.

그리고 D데이

일찍 대리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그순간이 순진하기 짝이없는 한국 여행자의 오판이 드러났다.

이곳은 예약한 시간에 차를 딱 빌릴수 있는 한국이 아니었다.

7시30분 차를 찾는걸로 예약하고 인터넷으로 이미 옵션선택까지 다 해둔 상황이라 정말 7시30분에

차키를 받아서 휴대폰으로 외관을 동영상 촬영하고 서류에 서명 몇개 하면 될줄 알았건만...

파리의 렌트카 회사는 7시30분이 지났지만 아직 문도 열지 않았다.

너, 글로벌 대기업 아니었니?

6월의 파리는 밤 10시에도 환했지만, 아침 7시 30분은 참 움직이기 좋은 시간이었다.

골목에서도 들리는 저 수많은 차들의 경적소리와 부산함에 잠시 후 참전해야 하는 내 마음은

차라리 이대로 돌아서야 할까 싶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곧 대리점이 문을 열었다.

기다림에 비해 차를 받기까지는 아주 잠깐의 시간이 걸렸다.

좁다란 대리점 앞 마당에서 휴대폰 네비에 주소를 미처 적기도 전에 마당을 비우라는 앞차의 경적소리가 요란했다.

울랄라.....  그렇게 주소도 다 찍기전에 그길로 바로 파리의 그 유명한  대도로 나가야했다.

휴대폰을 쥔 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으로 기어 변속을 하며  좁고 갈림길이 많던 골목길을 여행 전 수없이 구글뷰로 보며 시뮬레이션 했던대로 네비없이 잘 빠져나왔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