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광고 그리고 선미
레트로가 대세라더니 늦여름을 지나 디스코풍의 노래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취향은 아니라 끝까지 들어보거나 굳이 뮤직비디오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가을 초입까지, 꽤 오래 음원차트 상위권에 걸려있었다.
가수이자 이젠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 박진영이 그가 만들었던 성공한 아이돌 그룹인 원더걸스의 멤버이자 소속사를 떠나 솔로로도 꽤 성공을 거둔 선미와 함께 낸 싱글 WHEN WE DISCO ( DUET WITH 선미)
소속사 사장과 가수 사이였고, 이제는 다른 회사로 독립했음에도 듀엣곡을 낼 만큼 돈독하고, 같은 동료로서 존중하는 사이 같아 좋아 보였다. 그리고 결과도 썩 훌륭했다. 애써 찾지 않아도 들리는 얘기와 기사로는 어릴 때 데뷔하고 무리하게 춤 연습을 해서인지 무릎이 좋지 않은 선미를 위해 책임지고 재활을 시키겠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였다. 겪어보지 않았으나 숱한 뒷얘기와 비정한 비즈니스라던 저 세계도 사람 사는 세상이고 아름다운 사제지간과 같은 사이는 있겠지.. 싶었고 그들의 활동이 꽤나 성공적이었는지 얼마 뒤 광고로도 볼 수 있었다.
대기업 온라인 마켓 광고였다.
광고를 보고 이상하게 내내 불편했다.
불편한 게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단순한 광고 콘티였다.
박진영과 선미가 같이 춤추고 , 각자 쇼핑을 하는 듯 물건들을 들어 보이고, 이후 박진영의 LF MALL.. 뭐라고 하는 광고 카피가 나오는 게 다인 , 드라마가 아닌 비주얼 위주의 광고였다.
두세 번쯤 광고를 보고 난 이후 불편한 기분의 이유를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 온라인 마켓을 주로 이용할 정도의 연령대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인지도 조사를 하면 아마 박진영보다는 선미가 조금이라도 더 낫지 않을까.. 싶게 인지도에서 선미가 그의 스승이나 전 사장이었던 박진영보다 못할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낫지 않을까?
그런데 광고 내내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엔 박진영의 목소리만 나왔고, 광고 멘트 또한 박진영의 목소리만 들렸다. 그 광고에 쓰인 음악은 듀엣 위드 선미라고 앨범에 명시가 돼 둘이 같이 부른 노래이다.
솔로 가수로 성공하고 광고도 여러 편 찍은 가수 선미를 광고에서 그저 목소리 한번 내보지 못하는 서브모델, 혹은 인지도 없는 모델로 대하는 태도가 심히 거슬렸다. 저 광고에 박진영 없이 선미 홀로 찍었대도 사람들은 자연스레 보았을 텐데, 오히려 처음으로 듀엣을 한 솔로 가수가 두 명 나오는 광고에 한 명을 완벽히 배경 취급한 어색하고 불편한 광고가 돼버렸다.
남자와 여자, 선배와 후배 굳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따지고 그럴 생각은 없다. 그저 담당자는 박진영이 더 스타라고, 광고모델로서 더 가치가 있거나 인지도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혹은 스승이고, 선배지만 자기 비중은 확실히 챙기고 싶은 연예인의 속성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델인 광고에서 완벽히 수동적이고 배경이 돼버린 광고를 굳이 찍어야 했을까 싶고 그걸 따지지 않을 만큼 순진한 일처리를 한 선미나 회사에겐 좀 아쉽다. 박진영에 비해 어리지만, 그도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고, 이미지를 지켜야 할 솔로 가수이고, 선배이자 가수 지망생에겐 롤모델일 텐데 말이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배경으로 밀려나 버린 착하고 순진한 후배인 선미에게 저 광고에서 스승의 은혜는 그늘이었나 보다. 광고음악에서 , 멘트에서 독식한 듀엣가수이자 선배이자 스승인 박진영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