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는 얼떨결에
엄마의 칠순이다.
나보다 힘도 세고, 나보다 돈도 많이 벌고, 나보다 기억력도 더 좋지만 그럼에도 엄마 나이의 앞자리가 7로 바뀌는 순간이 오니 엄마가 달리 보이는 때가 있다.
걸을 때 등이 좀 굽은듯도 하고 , 얼굴살도 빠져 보이고, 유난히 계단을 힘들어 하는 순간들에 가슴이 술렁거리면서 봄을 더 기다렸다.
엄마의 첫 해외여행.
나와 함께하는 프랑스 9박10일.
코로나가 일상이 된 2022년 여름, 4년 주기의 여행병이 도지고, 다시 세계가 꿈틀거리며 이동을 시작한 때 나의 여행을 알아보다 마지막 해외 여행이었던 파리에서의 하루가 떠올랐다.
맑은 날, 센 강변에서 그날의 무사함을 보고하던 전화를 끊고부터 하루종일 엄마가 생각났다.
이 맑고 아름다운 날, 저 아름다운 강변을 , 에펠탑을 엄마랑 같이 나누고 싶었다.
반쯤 진심으로 반쯤은 혼자 가는 미안함을 털어버리려 엄마와의 여행을 툭 던졌다.
그리고 8개월 후 칠순의 엄마와 마흔이 넘은 막내가 새벽 첫 kxt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기내용 캐리어 두개. 그 속에 컵라면 두개, 비빔면 두개, 누룽지 조금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