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맛집
13시간, 이코노미 좌석에서의 비행이 많이 걱정스러웠다.
3인 좌석에 중간을 비워두고 예매를 했고, 운 좋게 우리 줄엔 엄마와 나 둘만 앉아서 가게 됐다.
그저 비행기에 앉아 있을 뿐인데, 이미 엄마의 전화기는 찰칵찰칵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비행기가 드르르르릉 사납게 활주로를 굴러가고 중력에 맞서는 순간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부디 이 여행이 무사히 끝나길 간절히 빌었다, 속으로.
겉으로야 세상 여유로움을 내보였다. 누가 뭐래도 이번 여행의 보호자는 나였으니까.
기내식이 나왔을 때 엄마는 부지런히 앞 좌석에 붙은 식판을 내려 일찌감치 세팅 준비를 마치고 야무지게 쌈을 싸서 그야말로 앉은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 거리며 정말 신나게 먹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 마음이 이럴까? 정말이지 몇백을 들인 비행기값이 제 값을 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음식점을 가든 주부경력 몇십 년 베테랑의 입맛과 눈길을 만족시키기가 참 어려웠는데 고작 포장된 쌈밥 하나에 들떠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야무지게 먹는 엄마는 내가 아는 엄마가 아니었다.
작디작은 모니터에 붙은 영화, 드라마를 오가고 간식과 밥을 시간 맞춰 먹고 좌석 두 개에 걸쳐 누워 자기를 반복하니 드디어 프랑스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만성 어깨결림과 두통은 여행을 떠난 순간부터 엄마에게서 멀리 달아났다.
겉옷을 챙겨 입고 핸드백을 어깨에 걸쳐 메고 두 손으로 꽉 붙든 엄마는 이미 프랑스를 점령할 준비가 되어있었다.